사법고시 존치 논의가 19대 국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사실상 20대 국회로 공을 넘기게 됐다.
당장 내년부터 1차 사법시험이 사라지게 될 상황인데 사법고시와 로스쿨 중 어느 쪽을 준비해야 할지 정하지 못한 법학도들의 고민만 깊어지게 됐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6일 국회에서 법안심사 제1소위를 열었지만 사시 존치를 위한 논의에 이르지도 못한 채 불발됐다. 사시 존치를 위한 변호사시험법 개정안이 논의 테이블에는 올라갔지만 물밑 조율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애초부터 통과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오는 19일 국회가 19대 마지막 본회의를 열 예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이번 회기에서 사시 존치 논의는 끝났다는 것이 중론이다.
법사위는 이날 같은 시간 법조계 주요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법조인 양성제도 개선 자문위원회’ 두 번째 회의를 열었지만 이 역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법무부와 법원행정처, 교육부, 변호사협회, 학계 인사 등이 전반적으로 포함된 자문위는 법사위 내 논의가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에서 사실상 ‘마지막 보루’였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의결기구가 아닌 자문위라는 한계 속에서 각 회의 주체들이 기존에 주장해왔던 의견만 되풀이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나승철 서울변호사회 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처음부터 결론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전혀 없었다”며 “법사위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는 사안에 대해 시간끌기용으로 자문위를 만든 것뿐”이라고 비판했다.
자문위는 이날 사실상 마지막 회의를 연 뒤 24일 형식적인 자문 보고서 의결에 나선 뒤 활동 종료를 선언할 것으로 전망된다. 어차피 19일 본회의 이후여서 별다른 의미도 없다는 지적이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은 “자문 결과는 다음 국회에서 받아 계속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며 “언제 어떻게 결론이 날지보다 사회적 합의가 더욱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시 존치 문제는 같은 당 의원들끼리도 입장이 나뉘고 있을 정도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다. 새누리당은 대체로 ‘사시 존치’를 당론으로 정한 모습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어느 한쪽으로 입장을 정하지 않고 있다. 뚜렷하게 반대를 하는 것도,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국민의당 역시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법사위 간사인 전해철 의원은 “자문위에서 결정한 내용을 파악해보고 말하겠다”고 유보적 태도를 취했다.
정치권이 결론 없는 논의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사시 존치 결론에 기대를 드러냈던 법학도들만 난처한 처지가 됐다. 사법고시는 일단 2017년까지 단계적으로 유예됐지만 1차 시험은 올해로 끝났다.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내년에는 1차 시험 없이 기존 1차 시험 합격생들에 대한 2차 시험만이 시행된다. 사시 폐지가 확정됐다면 로스쿨 준비로 돌아서겠지만 정치권이 논의는 계속 한다는 여지를 두다 보니 확실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것이다. 사시 존치 고시생 모임은 이날 더민주 당사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시 존치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들은 “법사위가 로스쿨의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없는 가난한 사시 준비생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고 있다”며 “서민 자제들에게는 법조인의 통로가 완전히 막혀버리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