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채권단-해외선주 벼랑끝 협상…현대상선 운명은

금융위-채권단 심야 긴급 회동

용선료 협상 시한 연장 불가에

결렬 땐 법정관리 원칙 재확인

18일 선사 5곳 불러 재차 압박

선주들 "설마 법정관리?" 여전

협상 결과 예단하기 쉽지않아

1815A02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용선계약현황1815A02 현대상선 컨테이너선 용선계약현황


지난 16일 밤 9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구조조정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금융위 국·과장과 KDB산업은행 실무진을 금융위로 긴급 호출했다. 이날 심야회의는 18일에 열리는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에 대해 정부와 채권단의 입장을 최종 정리하기 위해 마련됐다. 회의는 10시 반이 훌쩍 넘어서야 끝났고 임 위원장은 11시께 청사를 빠져나왔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회의는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협상시한 연장 불가’ ‘결렬시 법정관리 강행’이라는 원칙을 확실히 세웠다. 이러한 입장을 18일 선주들에게 명확히 전달한 후 20일까지 답변이 없을 경우 ‘결렬’을 선언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상선이 벼랑 끝에 섰다. 순항하는 듯했던 용선료 협상이 막바지 진통을 넘어 ‘결렬’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올해 2월부터 영국과 그리스 등 개별 선주들을 찾았지만 협상시한을 이틀 남겨 두고 아직 최종 사인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상선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18일 영국 조디악과 그리스 다나오스 등 현대상선에 배를 빌려준 컨테이너 선사 5곳을 불러 재차 압박할 예정. 하지만 이들로부터 긍정적인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용선료 협상이 결렬되면 협약채권단의 채무조정 등 예정돼 있는 현대상선 지원방안이 수포로 돌아간다. 법정관리는 불가피한 수순이다. 사실상 이번주 내에 현대상선의 운명이 결정되는 셈이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해외 선주들이 채권단의 설명을 듣기 위해 방한하지만 아직 명확한 입장을 내비치지 않고 있는 곳들이 상당수 있다”며 “현재 시점에서 협상의 결과를 예단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주들이 용선료 인하를 거부하며 버티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용선료 인하를 거부하더라도 설마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상선을 법정관리로 보내겠느냐”는 의구심이다. 공교롭게도 현대상선에 배를 빌려 준 컨테이너 선사 5곳 모두 해운사의 법정관리로 돈을 떼인 경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달 임 위원장이 법정관리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들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해외 선사들이 한국을 찾은 이유도 표면적으로는 채권은행으로부터 용선료 인하 이후 경영정상화 이행 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기 위한 것이지만 이면에는 채권단의 의중을 떠보겠다는 심산이라는 게 채권단의 판단이다.


채권단은 선주들과의 대면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협상에 임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실무진에서는 용선료 협상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일주일가량 시한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그러나 인하 금액 등 세부적인 협상 사안이 아니라 ‘법정관리 가능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걸고넘어지자 결정을 더 이상 지체하는 데 따른 실익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18일 용선료 협상 계약서에 최종 사인을 받아 내지는 못하더라도 “법정관리를 피할 수 없다”는 채권단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고 당초 예정대로 20일 협상을 끝낸다는 방침이다. 20일까지 선주들이 의사를 전달하지 않으면 용선료 협상은 결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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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이지만 아직 타결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단을 이끌고 있는 변양호 전 보고펀드 대표는 “협상의 세부적인 진행상황에 대해서는 말하기 곤란하다”면서도 난항을 겪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원래 협상이라는 게 막판에 진통도 겪고 하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선주들 입장에서도 현대상선보다는 채권단과 마주하는 게 훨씬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채권단이 현대상선의 실질적인 명줄을 쥐고 있을뿐더러 정부 입장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큰 그림에서 볼 때 정부에는 한진해운이라는 최후의 보루도 있다.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가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한 선주들에 비해 정부와 채권단이 손에 쥔 카드가 더 많다는 얘기다.

/이연선·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조민규·이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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