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채권단은 지난 13일 기존 매각가 대비 625억원을 할인해주는 조건으로 본계약 체결 제의 공문을 SM그룹측에 보냈다.
지난 3월 23일 SM그룹은 유상증자 1,000억원 및 부채인수 3,000억원 등 총 4,000억원에 SPP조선을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채권단과 체결했다. 당시 양해각서에는 추후 실사에서 발견될 부실을 감안해 최대 625억원까지 가격조정이 가능하다는 조건이 담겨 있었다.
SM그룹은 지난달 정밀실사를 마친 후 추가부실이 우려된다며 768억원을 추가로 할인해 달라는 입장을 채권단에 전달했고 채권단은 이를 거절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현재 SPP조선은 채권단지원액을 포함해 1,800억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며 “SM이 요구하는 것은 이중 약 1,400억원을 남겨놓고 회사를 넘기라는 것으로 이는 채권단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라고 말했다. 이 조건을 받아들일 경우 채권단의 회수금액은 1,400억원으로 당초 예상 회수금액(2,800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그러나 SM측은 정밀 실사에서 발견된 추가 부실 가능성 때문에 가격 인하를 고집하고 있다. SM그룹이 문제삼고 있는 부분은 특히 이란 국영선사인 IRISL과 SPP조선간 선박10척에 대한 수주 계약이 지연되거나 무산될 가능성이다. 현재 IRISL과 수출입은행은 선박금융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중이지만, 금융지원 조건, 선박 가격 등을 놓고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공은 SM그룹에 넘어간 상태다. 우오현 SM그룹 회장은 “어떻게든 이번주 안에는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들어 조선업황이 추가로 악화 된 것이 SM그룹의 가장 큰 고민이다. 인수 가격을 일부 할인하는 것보다 더 큰 관건은 SM그룹의 조선업 진출 여부다. 선박 가격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데가 수주가뭄이 지속될 경우 자칫 SM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까지 번질 수 있다.
특히 SM그룹이 최근 들어 SM그룹이 성우종합건설을 인수한데 이어 동아건설사업 인수전까지 뛰어들면서 건설업으로 집중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은 건설업이 모태인데다가 대한해운과 SPP조선간 시너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에 SPP조선 인수 여부를 놓고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과거 대형 M&A로 몰락의 길을 걸었던 타 그룹의 사례들도 여럿있다.
다만 20일까지 협상 매듭을 짓지 못하더라도 매각이 무산되는 것은 아니다. SM그룹이 단독으로 응찰한데다, 채권단으로서도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양측이 합의만 되면 협상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게 채권단 관계자들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