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승승장구하던 우리 경제가 최근 수출이 곤두박질치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올 4월까지의 수출누계액은 1,567억달러로 최고치이던 지난 2014년 같은 기간보다 16.6%나 감소했다. 1월 대통령이 신년 대국민 담화에서 지적한 ‘안보-경제 동시 위기’론이 직접적으로 피부에 와 닿고 있다. 특히 제조업 총수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의 먹거리산업인 자동차·조선·석유화학·철강 등 10대 주력 산업의 해외 판매가 급감하면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문제의 수출 주력 산업의 특징은 1970년대 이후 정부가 적극 추진한 중화학공업 수출 드라이브 정책의 산물이면서 중국·미국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에서 정책적 시사점이 크다.
몇 년 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재정 위기 극복을 위해 주요 선진국이 시도한 ‘G(B)toG’ 방식의 수출 확대 사례는 우리가 지금 처한 수출 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참고가 될 만하다. ‘G(B)toG’는 국내 정부(Government) 또는 기업(Business)이 외국 정부(G)를 대상으로 상품 및 용역 등의 재화를 판매하는 것이다. 특히 페루 등 개도국 ‘GtoG’의 경우 구매 정보 및 절차 측면에서 심각한 수준의 정보 비대칭성 문제로 시장 실패가 발생하기 때문에 정부주도형 수출 전략이 더욱 필요하다. ‘GtoG’는 주로 정보 접근이 매우 어려운 방산, (해양)경찰·소방·방재 등의 공공 보안 장비 분야와 더불어 도로·항만·전력·통신·철도를 비롯한 각종 인프라 사업에 이르기까지 범위가 넓다. 이들은 대규모·장기·지속성 거래의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지속적·안정적 수출에 매우 유리하다.
미국은 ‘GtoG’ 방식의 정부주도형 수출 확대 전략을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다. 특히 매출의 70% 이상을 미 정부예산에 의존하던 방산·보안 업체들이 2010년부터 정부 재정 긴축에 따른 국방비 축소가 본격화하면서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미 정부는 방산·보안 물자에 대한 적극적인 해외 마케팅 전략을 펼친 결과 2012년 ‘GtoG’ 수출이 2년 전보다 21.4% 증가한 159억달러를 기록했다. ‘BtoG’를 포함할 경우 미국의 방산 수출 규모는 연간 800억~1,000억달러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미 정부의 국방예산은 6.9% 줄었다. 최근 미국은 전략 안보 기술 및 제품 수출 제한(Export License)에 대한 규제 완화로 방산 수출을 촉진하고 있다. ‘G(B)toG’를 활성화해 자국의 생산·고용·세수 증가를 통한 재정 확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것이다.
유럽의 스페인도 ‘G(B)toG’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스페인 정부재정은 2008년부터 적자로 전환했고 2009년에는 무려 1,180억유로에 달하는 엄청난 적자 규모를 기록했다. 강력한 긴축재정을 편 결과 2012년 스페인 국방비는 4년 전보다 무려 22%나 축소된 100억유로로 책정됐다. 스페인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입이 용이한 분야인 방산 및 보안물자 수출을 적극 추진했고 그 결과 2008년 9억3,000만유로에 불과했던 방산 수출 규모가 3년 만에 무려 161%가 증가한 24억3,000만유로를 기록했다.
방산·보안·인프라 영역의 대부분은 우리 정부가 강력한 개입으로 공급 부문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선진국들처럼 정부주도형 수출이 용이하다. 따라서 수십 년간 우리 기업을 드라이브했던 수출 정책을 이제는 정부 개입이 용이한 방산 등의 공공투자산업에 집중해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키운다면 수출 품목과 국가의 다변화도 추구하면서 새로운 수출 신화를 이어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방위산업은 우수한 기술력과 부문별로 대형화된 방산 기업을 보유하고 있고 공공 분야 정부 산하 공사들도 많은 경험과 독점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GtoG’ 촉진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정책 수립과 부처 간 조정·협력 컨트롤 타워 미비, 공공 보안물자에 대한 과도한 수출 통제, 그리고 공사들이 해외로 나갈 인센티브가 부족해 보인다.
안영수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