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해외선주 "인하불가" 예상 밖 완강...다음주에나 결론날 듯

채권단 "결렬땐 법정관리 불가피" 압박

4시간 마라톤 협상에도 줄다리기 팽팽

현대상선의 운명을 가름할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최종 협상은 현대상선·채권단과 해외 선주들 사이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진 채 난항을 거듭했다. 일정 수준에서 타결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인하 불가”라는 선주들의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과 채권단 역시 “용선료 협상이 결렬되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어 협상 성공 여부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18일 오후2시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대표인 마크 워커 변호사와 정용석 KDB산업은행 부행장, 그리스 다나오스 코퍼레이션의 최고업무책임자(COO) 등 해외 선주들이 속속 15층 회의실로 올라갔다. 현대상선 측에서는 워커 변호사가, 선주들 측에서는 각 회사의 COO들이 협상 테이블에 앉았다. 당초 현대상선에 배를 빌려준 컨테이너 선주 5곳이 이번 회의에 참석할 예정이었지만 영국 국적의 조디악은 빠졌고 한 곳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해 실제 협상 테이블에는 유럽 선주 3곳이 앉았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조디악은 일정이 맞지 않아 이번 협상에 나오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상선 채권단의 대표로는 정 부행장이 회의에 들어갔다.

현대상선의 채권단과 선주들이 직접 마주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상의 분위기는 무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는 정 부행장이 채권단의 현대상선 지원계획을 선사들에 설명하면서 시작됐다. 용선료가 인하되면 협약채권에 대해서는 60%, 비협약채권은 50%의 출자전환으로 채권자들도 손실을 감수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반면 용선료 협상이 결렬되면 현대상선의 법정관리행은 불가피하다는 뜻도 분명히 전달했다. 현대상선은 이들 선주사에 향후 남은 계약기간의 용선료를 평균 28.4% 깎는 대신 인하분의 절반가량을 현대상선 주식으로 출자전환하고 정상화 이후 발생하는 이익을 배분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선주들은 산은에 용선료 인하 후 현대상선이 어떻게 정상화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상선의 용선료를 깎아줄 경우 다른 선사들도 비슷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하에 주저하고 있는 상태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선주들은 용선료 인하 폭을 최대한 줄이려 하고 채권단에도 지원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요구하는 쪽으로 막판까지 끌고 갈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을 대리한 워커 변호사는 이날 4시간여의 협상을 마친 후 “용선료 협상은 이제 시작됐고 논의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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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서는 용선료 인하 협상의 성공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당초 금융당국이 정한 시한은 오는 20일이지만 해외 선주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해 며칠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상선은 이날 협상에 불참한 영국계 조디악을 포함해 컨테이너선사 5곳과 벌크선사 17곳을 대상으로 19일 컨퍼런스콜을 연다. 벌크선의 경우 전체 용선료 부담의 30%에 불과하지만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한푼이라도 깎는 게 유리하다. 채권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컨테이너선·벌크선 할 것 없이 어려운 협상”이라며 “협상이 막바지인 것은 맞지만 용선료 인하 수준에 따라 성공·실패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아직 결론을 예측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보리·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

조민규·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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