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최근 중기 조합을 개별 평가해 등급을 매기고 차등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중소기업들이 자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제와 함께 조합 자체의 경쟁력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것이다. 중소기업간 경쟁제도, 중소기업 적합업종 등 정부가 제공하는 ‘보호 울타리’를 넘어서 중소기업들이 생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책과 전략을 꼼꼼하게 짜야 한다. 이에 서울경제신문은 중소기업조합 이사장들을 만나 업계의 현황을 점검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시계 제조업체와 조합이 힘을 모아 컨소시엄을 구성해 집적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위축되고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시계산업의 위상을 회복하겠습니다.”
김영수(사진) 한국시계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8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이얼, 특수세라믹 등 고부가가치 부품을 생산할 수 있는 집적단지를 만들어 국내 생산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밝혔다. 시계 생산라인이 중국이나 동남아로 빠져나가 국내에서는 제조기반이 아예 붕괴된 만큼 명가(名家)재건을 위해서는 국내에 생산라인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외국산에 점령당한 고가의 기계식 시계(배터리가 아닌 태엽으로 작동하는 시계)를 국산화하는 것을 국가과제로 선정하고 지원체계를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2014년 기준으로 국내 시계시장 규모는 2조3,300억원인데 이중 외국산이 2조2,000억원으로 95%를 차지하고 있고 국산은 1,300억원(5%)에 그치고 있다”며 “특히 외국산이 잠식한 기계식 시계를 국산화하는데 조합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시계조합은 스위스, 중국 등과 기술제휴를 맺거나 국내 인력을 파견해 기술을 전수받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는 시계수출에 대해 “매년 해외 박람회에 참가하는 국내 업체들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시계 수출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박람회 참가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시계 수출금액은 1995년 2억6,500만달러에 달했지만 10년 뒤인 2005년에는 1억1,000만달러로 줄었고 2015년에는 8,500만달러에 그쳤다.
김 이사장은 시계분야가 결코 사양산업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시계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톤 보급으로 시계산업도 한 물 갔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고부가가치인 기계식 시계를 국산화하고 소비자 수요에 맞는 패션시계를 개발한다면 분명히 승산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술과 경험을 갖춘 기능공과 장인들을 발굴해 육성한다면 고령화 시대에 노령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다국적 시계기업들이 국내시장을 독식하며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지만 기부에는 인색한 행태에 대해 꼬집었다.
그는 “롤렉스와 스와치, 오메가 등 해외 명품업체들이 한국시장에서 과실만 챙기고 사회공헌 활동에는 인색하다”며 “백화점 등 유통회사들이 외국회사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낮게 책정하면서 정작 국내 업체에게는 높은 수수료를 부담시키는 불합리한 관행도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