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강남역 살인사건 계기로 '여혐 범죄' 관심↑

17일 잔혹하게 살해된 여성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강남역 10번 출구에 시민들이 쓴 추모 포스트잇/사진=이수민기자17일 잔혹하게 살해된 여성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강남역 10번 출구에 시민들이 쓴 추모 포스트잇/사진=이수민기자


최근 강남역 인근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피해자에 대한 추모 열기가 뜨거워지는 가운데 ‘여성혐오(여혐)’ 범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남녀 공용화장실에서 일면식도 없는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30대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여성들이 자신을 무시해서 그랬다”고 진술해 공분을 샀다. 가해자의 발언을 계기로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혹은 여성이 자신보다 약하다고 생각해 폭력의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우리 사회에 만연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9월 충남 아산의 한 마트에서 일어난 ‘김일곤 사건’은 가해자가 자신의 복수를 위해 여성을 이용하려다 납치·살해한 사건이었다. 김씨는 자신과 시비가 붙었던 남성을 유인하기 위해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납치해 노래방 도우미로 위장시켜 ‘미끼’로 쓰려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이후 피해자를 살해한 이유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살해하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여자가 나불대서 죽였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여성을 철저히 ‘도구’로 인식했던 것이다.


이별범죄 역시 주로 여성이 피해자다. 이별을 통보받고 격분한 남성이 사귀던 여성을 스토킹하고 때리거나 심한 경우 살인까지 저지르는 것이다. 지난 13일 한 50대는 연인이 결별을 선언하자 흉기로 피해자를 위협하고 차에 태워 고속도로를 최고 시속 170km로 질주했다. 다행히 신속히 출동한 경찰에 의해 1시간 여 만에 가해자가 붙잡혔지만 피해자는 밀폐된 차 안에서 공포에 떨어야 했다. 지난달 20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백주 대낮 일어난 칼부림 역시 전 남자친구가 헤어지자는 소식을 듣고는 전 여자친구에게 흉기를 휘둘러 벌어진 일이었다. 이 사건으로 30대 여성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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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 2월 3일부터 3월 2일까지를 ‘데이트 폭력 집중 신고 기간’으로 지정, 적극적으로 신고 접수를 받았다. 그 결과 868명을 형사 입건하고 그 중 61명을 구속했다.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범위를 확대하면 석 달간 2,627명이 검거됐고 이 중 82.4%가 여성 피해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친밀한 관계에서 여성이 폭력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이다.

SNS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트위터에서는 유저들이 ‘강남 살인남’, ‘살아 남았다’ 등의 해시태그를 이용해 피해자를 추모하고 본인들이 겪었던 사건을 공유하며 ‘여성혐오’가 만연한 현 사회 풍조를 비판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에서도 강남역 10번 출구에 붙은 추모 포스트잇과 조화 등의 사진들이 업데이트되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이와 관련, “여성에 대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의 문화가 이러한 ‘이유’를 만들어온 것”이라며 “여성혐오는 더 이상 농담도, 표현의 자유도, 놀이도, 문화도 될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나은 인턴기자 babyeun@sedaily.com

김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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