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한국영화 걸작 '오발탄' 디지털 영상으로 재탄생

영상자료원 2년작업 끝에 복원

오발탄의 한 장면. 복원 전(왼쪽)과 복원 후오발탄의 한 장면. 복원 전(왼쪽)과 복원 후


한국영화사의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고(故) 유현목 감독의 ‘오발탄(1961)’이 2년에 걸친 복원 작업 끝에 깨끗한 디지털 영상으로 재탄생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1950년대 한국사회를 비판적으로 리얼하게 그려낸 것으로 평가받는 영화 ‘오발탄’을 지난 2년간 3억 5,000만 원의 예산을 투입해 디지털 복원을 완료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언론에 첫 공개된 복원 영상은 20일부터 상암동 시네마테크KOFA 등을 통해 일반 공개할 방침이다.

전후 아노미 상태의 한국사회에 살던 사람들의 비극적 삶을 다룬 작품 ‘오발탄’은 5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영화 걸작을 뽑는 많은 조사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는 등 의심의 여지없는 한국영화사의 대표작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촬영 필름은 아예 유실돼있고 1963년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 출품됐던 영어자막 판본들만이 남아있는 상황. 게다가 필름은 화면 번쩍임과 얼룩이 지속 출몰하고 화면 절반이 뜯겨 나간 것처럼 보이는 등 상태가 좋지 않았다. 영화사적 의미를 볼 때 당연히 복원을 추진했어야 했지만 필름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엄두가 나지 않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손글씨가 새겨진 동판을 필름에 대고 태워 만드는 방식으로 입혀졌던 영어자막을 지우는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됐다. 그리하여 ‘오발탄’의 복원은 여러 기술적 난제를 극복한 2014년에야 시작될 수 있었다.


영상자료원에 따르면 영화 전체 107분에 걸쳐있는 678개의 대사 자막을 지우는 데는 디지털효과(VFX) 작업에 사용되는 합성 기술이 응용됐다. 더불어 화면 번쩍임과 떨림을 보정하고 9분 가량 반복적으로 화면 절반이 사라지는 문제도 해결했다. 복원된 영상은 20일부터 일반 공개될 예정이며 올해 11월 블루레이로도 출시될 예정이다. 조소연 파주복원센터 부장은 “외국어 자막 필름 유일 보유작이 많은 한국 고전영화 복원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줬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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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에는 국내에서 제작되는 영화 및 영화 관련 자료의 안정적 보존 및 복원을 수행할 한국영상자료원의 파주보존센터가 문을 열었다. 지난 2009년부터 건립이 추진됐던 해당 센터는 파주시 문발동 인근 5,084㎡ 부지에 지하1층~지상4층, 연면적 9,092㎡ 규모로 조성됐다.

영상자료원은 파주분관 개관에 대해 “한국영화를 재해, 재난 등 천재지변으로부터 안정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이원(二元) 보존 체계를 구축했다는 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상자료원은 그동안 국가기록원 나라기록관 일부 보존고를 임대해 소량의 영화필름 만을 보존해왔지만 19일 파주보존센터가 개관함으로써 상암동 본원에 922㎡, 파주 분원에 2,412㎡ 규모의 보존고를 확보하게 됐고 향후 30년 간 영화 본편을 포함한 국내에서 생성되는 모든 영상자료를 남길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센터에는 4K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 필름 스캐너와 색보정기, 마스터링 장비 등을 구비해 고품질 디지털 복원 작업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됐으며 국내 유일의 필름 현상실도 구축·운영될 방침이다.

/파주=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사진제공=한국영상자료원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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