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대만 차이잉원 총통 오늘 취임...양안 관계 얼어붙나

"대만독립 강조...하나의 중국 인정 않을것" 관측

중국은 "中 일부 인정해야" 연일 압박수위 높여

최악상황 내몰린 경제 되살리기도 힘겨운 과제



‘양안 관계의 긴장’과 ‘침체일로의 경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공식 취임하는 차이잉원 신임 대만 총통의 어깨를 짓누르는 무거운 짐 두 개를 이같이 지적했다. 대륙의 압박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는 젊은 세대의 압도적 지지를 받으며 대만의 첫 여성 총통이자 중화권 최초의 여성 지도자에 올랐지만 그의 앞에는 만만치 않은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차이 총통은 20일 오전 타이베이 총통부 앞 광장에서 취임식을 열어 105년 대만 역사상 최초의 여성 총통으로 공식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그는 지난 1월16일 선거에서 총통 당선은 물론 입법원(국회) 과반 의석까지 확보하며 압승을 거둔 후 정권인수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날 취임식에는 대만과 수교한 22개국 중 파라과이·스와질랜드 등 6개국 원수를 포함해 55개국에서 온 외국 축하사절단이 참석할 예정이다.

전 세계인의 시선은 이날 차이 총통이 취임연설에서 ‘92공식(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1992년 합의)’을 어느 정도 선에서 언급하느냐에 쏠려 있다.


중국 정부는 대만의 새 지도부가 92공식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차이 총통과 집권 민진당은 대만 독립 의지를 강조해온 만큼 92공식을 적극적으로 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만 안팎의 매체들은 차이잉원이 당선 이후 92공식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전략을 취해왔다는 점에서 취임연설에서도 92공식의 존재를 언급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 경제일보는 정치권 소식통을 인용해 차이 총통이 취임식에서 92공식이 이뤄진 양안 간의 역사적 회담 사실만 원론적으로 언급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 자체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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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움직임에 중국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으면서 대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새 대만 정부가 최소한 간접적인 표현으로라도 대만이 중국의 일부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최근 “양안 관계에 변화가 생길 경우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라며 경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 등 관영매체들은 19일 “마잉주 총통 집권기간의 양안 관계는 평화발전의 국면이었다”라며 새 정부가 “힘들게 이뤄놓은 양안 관계를 불태울지 우려된다”는 논평을 내놓았다.

중국의 대만 압박은 구두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로 유사시 대만 공격의 선봉대가 될 수 있는 중국 인민해방군 제31집단군은 최근 동중국해 해역에서 군함과 무장헬기를 동원해 상륙훈련을 벌이며 위협 시위에 나서기도 했다.

최악의 상황에 내몰린 대만 경제를 되살리는 것도 차이잉원 정부의 힘겨운 과제다. 올 1·4분기까지 3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경제 진단서를 앞에 놓고 회생 처방전을 써야 할 입장이다. 중국과의 무역 비중이 큰 대만 경제의 속성상 양안 관계의 긴장은 곧바로 대만 경제 악화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 차이잉원 정부의 딜레마다. 대만의 대중국 수출은 지난해 하반기 기준 전체 수출액의 26.2%를 차지했고 홍콩을 포함하면 40%에 육박한다. 대만은 대(對)중국 무역에서 몇 안 되는 흑자국이기도 하다.

당장 대만 언론들은 4월까지 증가 추세였던 본토 관광객이 줄어들지 않을까 우려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중국인은 대만 여행객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대만 관광산업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실리적 이유로 새 정부가 본토와의 정치적 긴장을 높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차이 총통은 긴장이 점점 고조되는 중국과의 전선 맨 앞에 서서 시선은 침체일로인 내부 경제를 바라봐야 하는 아주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차이 총통은) 밖으로는 살얼음판 같은 양안 긴장관계를 풀어야 하고 안으로는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경제를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고 진단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

홍병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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