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책은행 자본확충, 중요한 건 방법보다 속도다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출자와 펀드를 통한 간접지원을 병행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국책은행 자본확충협의체는 19일 2차 회의를 열어 “구조조정 상황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직접출자와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출자 방식을 병행하는 안을 폭넓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공기업 주식을 현물 출자하고 한은은 기업은행 등에 담보를 받아 대출해준 뒤 이를 바탕으로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의미다. 늦어도 다음달 중 자본확충 방안을 마무리하고 구조조정에 나선다는 계획에도 합의했다. 정부와 한은이 사안의 위중함을 깨닫고 일단 손부터 잡은 모양새다.

재정과 통화당국의 공조 합의에도 불구하고 국책은행에 대한 지원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당장 한은에서는 대출금 손실 최소화와 회수방안부터 마련해야 지원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정부 역시 상황이 심각한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만큼은 한은이 직접 출자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여기에 신용보강에 투입할 신용보증기금 출연 재원을 놓고도 양측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신속하고 선제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성에는 합의했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으니 이를 바라보는 기업과 국민들의 마음은 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타이밍이다. 기업이 고꾸라지고 경제가 치명상을 입은 뒤에는 아무리 많은 돈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해도 소용없다. 신속하게 구조조정을 하려면 무엇보다 최고의 전문가가 나서야 한다.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에 하루빨리 실탄을 지급해 시장 전면으로 내보내야 하는 이유다. 정부와 한은이 밤을 새워서라도 자본확충 방법을 마무리해 이들이 제때 구조조정을 할 수 있게 뒷받침해야 한다. 지금 시급한 것은 자본확충을 어떻게 할 것이냐보다 얼마나 빨리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