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업종 90%가 과잉인데 구조조정은 산으로 가고

국내 주요 업종의 90%가 공급과잉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경련이 건설·자동차·조선 등 30개 업종별 단체를 대상으로 물어보니 27곳이 현재 공급이 넘쳐나는 상태라고 답했다. 공급과잉이 일부가 아닌 대부분 업종의 문제라는 얘기다. 더 심각한 것은 공급과잉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30%에 달하는 8개 업종이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태가 10년 이상 지속될 것으로 봤다. 10년 가까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 업종도 3곳이었다.


무려 26개 업종이 현재 성장 정체기거나 사양화 단계라는 자체진단도 나왔다. 이쯤 되면 총체적 난국이나 다름없다. 그대로 방치하면 우리 경제 전체가 회복불능 상태로 빠질 수도 있다. 산업구조 개편과 신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한 이유다. 그런데도 지금 논의되고 있는 조선·해운의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정부 부처 간에도 서로 다른 소리가 나오고 이런저런 단체들이 끼어들어 논란만 가중되고 있다. 방위사업청까지 방산인력 구조조정을 신중히 해달라는 공문을 조선업체들에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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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많으니 구조조정을 해보기도 전에 배가 산으로 갈 판이다. 산업 구조조정의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 것도 당연한 노릇이다. 돈을 얼마나 집어넣고 몇 명을 감원하느니 하는 각론만 무성할 뿐이다. 그것마저도 부처마다, 이해 관계자마다 말이 다르다. 일각에서 구조조정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소리가 나오는 판이다.

산업구조 개혁은 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새로 짜는 작업이다. 수요 공급은 물론 기술 경쟁력까지 꼼꼼히 헤아려 인수합병(M&A) 등 업종재편의 밑그림을 먼저 그리는 게 기본이다. 그래야 정확한 방법론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모습은 저마다 주판알만 튕기고 있는 꼴이다. 구조조정이 제대로 굴러갈 리 없고 한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똑같은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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