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메르스 1년] 확산 진원지 대형병원 얼마나 달라졌나

보호자 1명만 출입 '제한'했지만

강제성 없어 문병객과 마찰 잦아

면회시간도 안지켜 관리 애먹어

병원 문화개선 노력과 병행해

시민의식 고취 캠페인 지속해야

“입원환자 면회가 4월1일부터 새롭게 바뀌었습니다. 모든 병동에는 출입문이 설치돼 ‘보호자 출입증’을 소지한 보호자 1인만 병동 출입이 가능합니다.”

지난 17일 오후3시께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본관에 들어서자 이 같은 안내방송이 여러 차례 흘러나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6층 병동 출입구 앞으로 이동했다. 보호자 출입증을 목에 두른 환자 보호자와 여성 한 명이 나란히 서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보호자 출입증이 없는 여성은 정규 면회시간(평일 오후6∼8시/주말·공휴일 오전10∼12시, 오후6∼8시)을 제외하고는 병동 출입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반복해 흘러나오는 안내방송과는 별개로 이 여성은 환자 보호자가 연 슬라이딩도어(출입문)를 뒤따라 병동 안으로 함께 들어갔다. 병원 관계자가 면회제한을 재차 설명하며 퇴거를 요청했지만 ‘잠시 있다 나갈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멋쩍은 웃음으로 상황을 무마하려 들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면회제한이 강제사항이 아닌 권장사항이다 보니 통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시간을 준수하지 않고 지방 등 먼 곳에서 찾아온 문병객을 무작정 돌려보낼 수도 없어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각 병동 입구에 설치된 슬라이딩 도어. 슬라이딩 도어는 병원 입원 시 환자에게 나눠주는 손목형 밴드와 보호자 1명이 목에 패용하는 RFID카드로만 열린다.각 병동 입구에 설치된 슬라이딩 도어. 슬라이딩 도어는 병원 입원 시 환자에게 나눠주는 손목형 밴드와 보호자 1명이 목에 패용하는 RFID카드로만 열린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의 진원지가 됐던 삼성서울병원은 4월부터 전 병동에 출입문을 설치, 환자와 출입증을 가진 보호자 1인만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문병객 병문안 시간도 일 2시간으로 크게 줄였다. 무분별하게 병원을 드나드는 문병 문화가 메르스 확산의 한 원인이 된 만큼 이를 제도(규칙)로 제한해 만에 하나 있을 감염병 확산을 막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법적 강제력이 없는 병문안 제한 조처로 외려 직원과 문병객 마찰이 종종 빚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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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상황도 다르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이용하는 환자는 응급실 앞 별도 건물에 마련된 ‘발열 호흡기 진료소’ 내 선별진료실에서 감염병 관련 문진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감염병 관련 증상이 있는지 확인 후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으면 격벽(칸막이)이 설치된 응급실에 들어갈 수 있다. 혹 감염병이 의심되면 진료소 내 음압격리실로 이동해 응급진료를 받은 뒤 국가지정 격리병원으로 이송된다. 이처럼 메르스 이후 병원 진입 초기부터 철저하게 감염병을 거른다는 목표로 감염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역시 크고 작은 잡음이 일고 있다. 정말 다급한 응급 환자가 아닌 경증 환자임에도 정해진 절차를 밟지 않고 막무가내로 빠른 응급처치와 입원을 요구하는 이들도 왕왕 있기 때문이다.

격리를 놓고서도 잡음이 일 때가 있다.

삼성서울병원 발열호흡기진료소삼성서울병원 발열호흡기진료소


조선영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고위험감염병이 의심됐을 때 격리 조치하면 대다수 환자는 ‘치료’를 위한 격리라기보다 공간 분리 그 자체 혹은 ‘나를 가둔다’에 대한 공포심이 많다”며 “갈수록 신종 감염병이 물밀듯 몰려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방역망(시스템)을 짜는 것 못지않게 감염병에 취약한 병원 문화 개선과 시민의식 고취를 위한 장시간의 캠페인 및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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