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금융당국·채권단 "최후 카드 준비"…현대상선, 법정관리로 가나

용선료 협상 결렬 위기에 선주 컨퍼런스콜 전격 취소

개별협상은 진행…이달말 사채권자집회 전 결론내야



현대상선이 채권단 지원의 전제조건인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협상이 난항을 넘어 결렬 위기에 몰리면서 법정관리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아직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지만 용선료 인하 폭을 두고 컨테이너 선주들과 채권단·현대상선 간 입장 차가 커 간극을 좁히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채권단과 금융당국은 “최후의 카드도 준비하고 있다”며 법정관리 신청을 위한 사전작업에 들어갔음을 시사하고 있다.

◇용선료 인하 폭 간극 커=현대상선은 호황이던 2000년대 중반 선주들과의 용선 계약을 체결해 지금까지 배를 빌려 쓰고 있다. 지급하는 용선료는 현재 시세보다 60%가량 높은 수준. 선주들도 “한 푼도 깎아줄 수 없다”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용선료 협상 결렬로 현대상선이 법정관리 수순을 밟게 되면 선주들이 받는 타격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하 폭에 대한 차이가 크다. 현대상선과 채권단은 28.5% 인하 안을 선주들에 제시한 반면 선주들은 15% 내외가 깎아줄 수 있는 최대한이라고 맞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상선은 19일 배를 빌려준 선주 22곳 모두를 대상으로 열기로 했던 컨퍼런스 콜을 전격 취소했다. 당초 계획은 전날 방한한 컨테이너선주들과의 협상에서 대략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 해외에 있는 벌크선주들로 대상을 넓혀 19일 용선료 협상의 큰 틀을 마무리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전체 용선료 중 70%를 차지하는 컨테이너선주들과 간극만 확인한 상황에서 벌크선주들에 용선료 인하를 설득할 명분이 사라졌다.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전체 선주들과의 컨퍼런스 콜을 일단 연기해둔 상황”이라면서도 “협상의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언제 다시 진행할 수 있을지는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채권단 “협상 무산 땐 법정관리”=용선료 인하 폭을 두고 10%포인트 이상의 차이로 맞서고 있는 가운데 정부와 채권단은 “선주들의 양보가 없으면 원칙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 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나서 기자들과 만나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에 대해 “아직 진행 중이고 (현대상선이) 법정관리로 갈지는 봐야 한다”면서도 협상이 무산되면 법정관리로 간다는 애초 방침에 대해서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도 “최후의 카드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채권단과 금융당국 실무진은 현대상선의 법정관리 신청을 위한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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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협상은 진행돼=채권단·현대상선 측과 선주사들 간의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협상 타결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전날 협상에 참여했던 선주사들 중 2곳은 출국한 반면 1곳은 현대상선 측과 개별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선주사들 역시 본사와 투자자에게 전날 협상 내용을 보고한 후 개별 협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협상장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영국계 선주사 조디악과도 대화가 오가고 있다. 이번 협상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KDB산업은행 실무진이 직접 영국을 방문해 조디악 측의 법률대리인에 채권단의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사라기보다는 자산운용사의 형태로 운영되는 조디악의 특성상 회사의 경영진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법률대리인이 용선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대리인이 회사를 대표하기는 어려워 단체 협상보다는 개별 협상을 하자고 요구한 것이다.

개별 선주사들과의 협상이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당초 마감 시한인 20일을 넘기더라도 조금 더 기다려 보겠다는 것이 정부와 채권단의 분위기다. 마지노선은 사채권자집회가 예정된 이달 31일. 이때까지는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돼야 후속 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 채권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일단 하는 데 까지는 해봐야 하지만 이달을 넘기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규기자 세종=구경우기자 cmk25@sedaily.com

조민규·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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