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호텔롯데 IPO 청약 흥행 국민연금 참여에 달렸다

기관 수요예측 결과 따라 공모액 최대 1조 달라져

호텔롯데,국민연금에 사업현황·실적 흐름 등 설명

국내기관 지분 확보하면 주주친화 정책 요구할 듯





호텔롯데가 19일 증권신고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하면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위한 ‘8부 능선’을 넘었지만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위해서는 아직 거쳐야 할 단계가 많다.

당장 다음달 15~16일로 예정된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 공모가를 높게 잡을 수 있다. 호텔롯데의 주당 공모가 범위는 9만7,000~12만원이어서 이에 따른 전체 공모 규모는 4조7,000억~5조7,000억원에 이른다. 공모가 수준에 따라 전체 공모액이 최대 1조원가량 달라지기 때문에 호텔롯데는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기관투자가가 수요예측에 활발히 참여해야 다음달 21~22일에 진행되는 일반투자자 청약에서도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


이를 위해 호텔롯데는 증권신고서 제출 전부터 연기금·자산운용사 등 국내 기관투자가를 꾸준히 접촉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국내 자본시장의 ‘큰손’으로 통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들을 만나 약식 기업설명회를 진행했다. 증권신고서를 내기 전 단계여서 공모주 청약과 관련한 내용을 언급하지는 못했지만 호텔롯데의 사업현황·실적흐름·경영전략 등을 국민연금 쪽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500조원의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이 투자에 뛰어들면 다른 연기금·공제회·운용사 등도 적극적으로 투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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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지난 2010년 공모주 청약에 참여할 수 있도록 내부 규정을 바꾼 뒤 2014년 삼성SDS와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상장 때 처음 투자했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SDS와 제일모직이 삼성그룹 소유주 일가의 지분이 많고 지주사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롯데 역시 상장 후에도 신동빈 회장 등 소유주 일가의 지분율이 65%를 넘고 한국 내 롯데그룹의 지주사로 개편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투자 매력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의 한 관계자는 “호텔롯데로부터 경영·재무현황 등을 설명 들은 것은 사실이지만 공모주 투자에 꼭 참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이제 증권신고서가 제출된 만큼 앞으로 충분한 내부 검토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연금 등 유력 국내 기관투자가가 호텔롯데의 공모주 투자에 참여해 일정 수준 이상의 지분율을 보유하게 되면 경영 투명성 확보와 배당 확대 등 주주친화 정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연금은 올해 3월 기업 정기 주주총회 시즌 동안 경영성과보다 과도하게 임원진 보수를 책정하거나 주주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는 정관 변경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아울러 배당에 인색한 기업에도 경고장을 날렸다. 올해 정기 주총에서 국민연금은 전체 3,151개 안건 중 309건(9.6%)에 대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했다. 호텔롯데가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가 99%의 지분을 갖고 경영했던 때와 달리 투자자 친화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미다.

정윤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투자를 맡긴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도 기관투자가는 기업 경영진의 잘못이나 실수를 바로잡는 일에 나설 수밖에 없다”며 “폐쇄적인 지배구조로 평가되는 롯데그룹도 이번 호텔롯데 상장을 계기로 여러 주주가 유입되면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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