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상처난 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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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페루 남부 라호야에 거대한 실험장을 하나 만들었다. 1년에 비가 1㎜밖에 내리지 않아 화성과 비슷한 기후조건을 갖춘 이곳에서 사막의 흙을 이용해 화성에 가장 적합한 감자를 찾아내려는 것이다. 영화 ‘마션’에서는 주인공이 빛도 제대로 들지 않는 곳에서 감자를 재배해 살아남았지만 실제 실험결과는 낙관할 수 없다고 한다. 감자는 물이 부족하고 온도가 높아지면 스트레스를 받아 먹을 수 없을 만큼 쓴맛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감자는 남미 안데스 산맥의 고원지대가 원산지이며 척박한 환경에서도 키울 수 있어 잉카문명을 이끌었다는 찬사까지 받는 대표적인 구황식물이다. 하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싹이 트기 때문에 저장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감자 싹에는 솔라닌이라는 독소가 있어 식중독에 걸릴뿐더러 곰팡이에 약해 장기간 저장도 어렵다. 잉카제국은 고민 끝에 감자를 얼려 말린 추뇨(Chuno)를 만들어냈고 기근에 대비해 공물로 거둬들였다고 한다. 이후 유럽에도 감자가 전파됐는데 1847년께 아일랜드에서는 감자마름병이 번져 전체 인구의 20~25%가 굶어 죽는 대참사를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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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는 풍부한 영양소를 갖고 있지만 상처가 나면 유해 성분으로 작용할 수 있는 당분이 많아져 인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상처 난 감자로 요리하면 해로운 화학물질이 만들어진다며 감자를 수확하거나 다듬을 때 함부로 다루지 말고 멍들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가이드라인까지 내놓았다. 농촌에서 트랙터 대신에 경운기를 쓰거나 사람이 손으로 하나하나 캐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감자를 자주 먹으면 당뇨병에 노출된다는 주장에 이어 고혈압 위험을 키운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은 25년간의 추적으로 1주일에 4~6회 이상 감자를 먹은 집단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만 먹은 집단에 비해 고혈압에 걸릴 위험도가 11%나 높다고 밝혔다. 감자가 혈당을 올려 혈관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일으킨다는 것이지만 물론 반론도 만만치 않다. 미물에 불과한 채소라도 제 몸처럼 소중히 대하고 적당히 섭취해야 한다는 선인의 지혜를 생각나게 만드는 대목이다. /정상범 논설위원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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