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줄어든 선박 발주...그나마 中이 '싹쓸이'

지난달 31척 중 18척 수주

국내 조선사는 1척에 그쳐

국내 조선사들이 강점을 가진 해양플랜트 발주의 씨가 마른 가운데 그나마 발주되는 상선들도 중국이 싹쓸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감이 부족한 중국 조선소들은 저가공세를 벌이며 선박 가격마저 떨어뜨리는 상황이다.

19일 클락슨리포트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적으로 발주된 선박 31척 중 18척을 중국 조선소가 수주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조선소들은 중국 공상은행 자회사 ICBC리싱의 40만톤급 초대형 벌크선 10척 같은 자국발주 물량뿐 아니라 스웨덴·그리스 등 다른 국가가 발주한 선박도 잇따라 수주했다. 중국 청시조선소가 스웨덴 EK탱크로부터 1만6,000CGT급 화학제품선 2척을, 중국 코스코저우산조선소는 그리스 에게안시핑으로부터 2만5,000CGT급 탱커 2척을 수주했다. 이 밖에 중국 AVIC웨이하이조선소는 스웨덴 스테나가 발주한 여객선 4척을 따내기도 했다.


지난달 발주량 중 나머지 물량은 일본·러시아·루마니아·베트남·이탈리아 조선소들이 2~4척씩 나눠 가져갔다.

반면 국내 조선소는 대선조선이 화학제품 운반선 1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으며 빅3의 수주는 전무했다.

글로벌 발주 규모가 지난해 확연하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예 발주가 끊긴 것은 아니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4월까지 글로벌 발주량은 총 114척, 1,420만dwt(재화중량톤수)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473척, 3,070만dwt가 발주돼 톤수 기준 올해 감소폭은 54% 정도다. 수주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국내 대형 조선소들이 강점을 가진 해양플랜트 발주는 전무한데다 그나마 나오는 컨테이너선·탱커 같은 상선들은 중국 조선소들이 물량을 쓸어가면서 국내 조선소들은 수주시장에서 설 곳이 없는 상황이다. 영국 조사기관인 더글러스웨스트우드에 따르면 올 들어 해양플랜트 발주는 아직 없다.

2015A14 클락슨 신조선가격 지수2015A14 클락슨 신조선가격 지수


반면 한국 조선소들이 건조하지 않는 크루선과 여객선 발주 물량은 오히려 올 들어 증가했다. 클락슨리포트에 따르면 1~4월 전 세계적으로 총 12척의 크루즈선과 14척의 여객선 신규 주문이 이뤄졌다. 이는 이미 지난해 전체 주문 규모를 넘어선 것이다. 클락슨은 “미국 경기가 살아나면서 미국 쪽에서 크루즈와 여객선 발주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선박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클락슨 신건조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3% 하락한 130을 기록했다. 전년동기에 비해는 2.5% 하락한 수치다. 클락슨리포트는 “1만3,000톤급 컨테이너선의 경우 올 들어서만도 2%나 하락했다”며 “지난해까지 견조했던 대형 컨테이너선 가격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발주량은 줄어드는 데 비해 공급과잉에 시달리는 조선소들이 공격적 수주에 나서 선박 발주 시장이 선주 쪽으로 기울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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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 가격 하락은 국내 조선소들의 수주 협상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SPP조선은 최근 이란 IRISL과 선박 발주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선가와 관련한 양측 간 이견으로 협상이 지연되고 있다. 경제제재 이전에 벌크선 10척을 계약했던 양측은 제재가 풀린 최근 선종을 탱커로 변경 발주하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란 측이 최근 하락하고 있는 선박 가격을 내세워 인하를 요구하고 SPP조선은 수익성 악화로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내 조선소들의 ‘수주 가뭄’이 심해지는 가운데 정부와 채권단 주도의 구조조정 소식도 수주 협상에 악재가 되고 있다는 게 조선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저유가,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시장 상황이 어려운 가운데 조선소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간다는 소식은 발주처를 더욱 소극적으로 만든다는 얘기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3사에 대한 구조조정 소식이 외신을 통해 해외에 전달되면서 그동안 협의를 벌여온 발주사들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에서는 해양플랜트 시장이 장기적으로 반등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더글러스웨스트우드는 2016~2020년 총 580억달러의 해양플랜트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도 하반기에 26억달러 규모의 해양플랜트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이 회사는 내다봤다.

한편 수주잔량 기준으로는 현대중공업그룹 1위, 대우조선해양 2위, 일본 이마바리조선 3위, 삼성중공업이 4위를 유지하고 있다. 5위와 6위는 중국 상하이 와이가오차오조선소, 장쑤 뉴YZJ조선소에 내줬지만 7위는 현대미포조선소가 차지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의 수주잔량은 1년치 이상의 일감에 해당한다”며 “하지만 현재의 ‘수주절벽’ 사태가 이어진다면 내년 하반기부터 비는 도크(선박건조대)가 생기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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