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6.5 강진 대형 오보와 언론의 역할





지난 18일 오후5시 30분쯤 편집국이 발칵 뒤집어졌다. 강원도 횡성에서 규모 6.5 강진이 발생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포털사이트에서 관련 뉴스를 검색해보니 5분 남짓 동안 30여건의 기사가 올라왔다.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속보> 강원도 횡성 6.5 강진 발생’이라는 제목이 내용의 전부였으니까. 기자도 속보를 썼다. 같은 내용으로.

그리고 십여 분 뒤 상황은 반전됐다. 기상청은 지진 통보문을 언론사에 잘못 발송했다며 해당 내용이 오보라고 밝혔다. 오후 5시 50분께 각 언론사에 팩스를 보내 “이 내용은 재난대응안전한국 훈련 관련 내용이 잘못 발송된 것”이라며 “업무에 불편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설명했다. 대형 오보였다. 물론 오보의 단초는 명백히 기상청이 제공했다. 언론사들은 정부 공식기관인 기상청이 지진 통보를 보냈으니 그것을 믿고 보도를 했다고 해명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곱씹어 보면 기상청의 실수 이전에 진실을 알리기보다는 일단 보도 경쟁에서 앞서야 한다는 언론의 조급증이 도사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당초 언론사 등이 기상청으로부터 받은 팩스에는 ‘2016년 05월 19일 14시 00분 00초’라는 ‘미래 시점’이 적혀 있었다. 미래 시점에 지진이 이미 발생했다는 팩스가 온 것이다. 지진이라는 중차대한 사건을 맞아 조금만 차분하게 확인했더라면 오보는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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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의 모든 언론사가 같은 내용을 보도했고 포털사이트는 홈페이지 상단에 관련기사를 노출시켰다. 속도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된다는 현실적 압박감이 있겠지만 속도 경쟁에만 매몰되는 것은 더욱 잘못된 언론이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경쟁적으로 해당 내용을 보도했던 언론사들이 기사를 삭제했다.

언론의 가장 큰 기능이 뭔가. 신뢰성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양한 미디어로 다양한 정보를 소비하는 세상이라지만 우리는 맥락과 깊이가 분명한 콘텐츠를 원한다. 페이스북이나 블로그에 ‘일반인’들이 올려놓은 글과 ‘저널리스트’가 올린 글이 차별화 되려면, 그에 맞는 윤리 의식과 전문가 정신이 함께하여야 하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볼 때다. 그러잖아도 요즘 정말 언론 비웃는 사람이 많아졌다. 정치와 연관지어, 경제와 연관지어 언론의 중립성을 지키기 어려운 상황을 힐난하는 경우가 부쩍 늘어났다. 이처럼 입장을 정하기 힘든 시대에, 그래도 언론이 하나의 산업으로서 존중받기 위해서는 적어도 ‘좋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대의명분만큼은 분명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저널리스트의 한 사람으로서 반성하는 바이다.

김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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