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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 관한 모든 것> "지나간 것은 언제나 좋았다"…'추억팔이'는 왜 성공하는가

■ 다니엘 레티히 지음, 황소자리 펴냄

한때 마음의 병 취급 당하던 '향수'

이젠 영혼 위한 비타민으로 격상

추억의 역사·의학·경제적 의미 고찰

20대 초반 선호도 평생 이어져

구매결정에 미치는 영향력도 커





‘추억팔이’ 혹은 ‘복고 마케팅’이 왜 성공할까. 1990년대 유행했던 아이돌 그룹이 재결합하고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도 인기다. 부라보콘 등 40여년이 지난 아이스크림이 여전히 팔린다. 만년 꼴찌인 프로야구팀이지만 고향팀이라는 이유로 줄기차게 응원한다. 또 종이접기를 새로 시작하기도 한다. ‘추억팔이’라는 단어를 비하어로 여길 필요는 없다. 추억팔이가 성공하는 이유는 이런 이야기에 행복했던 우리들의 지난 시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안온하며 유쾌하되 그 시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차가운 확신이 뒤섞인 묘한 쾌감이 우리를 낭만에 젖게 하기 때문이다. 지나간 시절은 언제나 적어도 개인의 기억 속에서는 지금보다 좋았다.






새책 ‘추억에 관한 모든 것’은 기억과 향수를 역사, 과학, 의학, 경제학 등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탐색하는 해설서다. 독일의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다니엘 레티히는 우리가 추억에 빠지는 이유와 향수의 심리적 기능, 과거 기억이 현재와 미래에 행사하는 위력에 이르기까지 해박한 지식을 들려준다.


책은 우선 ‘노스탤지어(nostalgia)’에 대해서부터 시작한다. 노스탤지어는 사전적 의미로 ‘고향을 몹시 그리워하는 마음. 또는 지난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말한다. 요하네스 호퍼라는 사람이 1688년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에서 처음 사용했다. 그리스어로 ‘귀환’을 말하는 ‘nostos’와 ‘고통’의 ‘algos’를 합친 말이다. 즉 노스텔지어는 귀향의 고통(귀향을 하지 못해 생기는 고통)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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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탤지어는 처음엔 치명적인 질병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군인들이 의욕을 잃고 탈영하며 다른 지역에서 식모살이하는 소녀를 살인자로 만드는 마음의 병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현대로 오면서 의미가 바뀐다. 지금의 긍정적인 의미로서의 ‘향수’다. 불가해한 노스탤지어는 수백년의 연구와 발견을 거쳐 영혼을 위한 비타민이 되고 육체적 건강을 증진시키는 묘약이 된 것이다.

뇌과학자들은 기억이 자리 잡고 새로이 일깨워질 때 우리 뇌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추적했다. 신경학자들은 기억이 향수로 변하는 구조를 발견했다. 의학자들은 냄새와 맛, 소리로도 되살아나는 추억의 효능을 이용해 노인과 우울증 환자, 현대인의 여러 병증을 치료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이제 기업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경제학자와 마케팅 연구자들이 향수가 소비자들에게 구매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인하자마자 관련 제품이 쏟아졌다. 즉 추억팔이다. 물론 신상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고정고객에 대한 마케팅이 더 성공가능성이 있다.

흥미로운 팁이 있다. 한 학자가 16세에서 86세까지 나이의 108명을 모아 과거에 유행했던 노래를 들려줬다. 응답자들은 자신이 젊은 시설에 들었던 음악을 가장 선호했다. 그들이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발표되었을 당시 그들 나이는 평균 23.5세였다. 선호도는 23.5세를 기준으로 올라갔다가 떨어졌다. 즉 20대 초반 좋아했던 것이 평생을 간다는 의미다.

‘지나간 삶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은 두번 사는 것과 같다’라고 고대로마 시인 마르티알리스는 말했다. 추억의 가치를 일찌감치 간파한 것이다. 새 책 ‘추억에 관한 모든 것’은 우리가 왜 좋았던 지난 시절을 즐겨 반추하는지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1만6,000원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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