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기업부실 리스크 금융시스템으로의 전이는 막아야

기업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이 국내외 금융전문가 78명을 대상으로 한 서베이에 따르면 우리 금융 시스템의 잠재 리스크 요인으로 59%가 기업 부실 위험을 꼽았다. 지난해 10월 조사 때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응답은 11%에서 14%로 높아졌고 1~3년 내 시스템 리스크가 올 수 있다는 의견도 40%로 높아졌다. 저성장과 기업 부실 위험의 확대로 금융 시스템에 대한 우려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당장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크지 않다. 서베이에서도 1년 이내 발생 가능성을 15% 정도로 낮게 봤다. 문제는 기업 부실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데 있다. 국내 17개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대기업 연체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조선·해운업종은 이미 한계에 봉착한 상태이며 일부 대기업조차 법정관리 위험이 지적될 정도다. 향후 전망은 더 좋지 않다. 하반기부터는 대기업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다. 추가 부실이 드러나면 은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에서는 6월 금리 인상설이 힘을 키우며 1,200조원을 넘어선 우리 가계대출에 압력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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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리 금융 시스템은 부실 위험을 견딜 수 있는 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제대로 부실 기업을 걸러주지 않으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를 맞을지도 모른다. 좀비·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신용평가 시스템도 기업이 망가진 다음에 등급을 낮추는 사후약방문이 아니라 부실을 미리 알려주는 시장경보장치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판단에 의해 대출과 회수를 결정하는 일 역시 사라져야 할 구태다. 기업과 가계 부실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그동안 시장에 팽배했던 왜곡된 관행부터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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