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데스크칼럼] 그래도 우리 정치가 희망이 되는 3가지 이유

안의식 정치부장

카리스마·지역주의 정치 끝나고

대통령 단임제 폐해 논의도 물꼬

혼란 속에서도 전진 움직임 보여

“최근 동창모임에 갔었습니다. 분명 내가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것을 알면서도 한 친구가 ‘정치인은 쓰레기 같은 존재’라는 말을 하더군요. 참 기분이 씁쓸하데요.”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한 당선인의 말이다.

최근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이 같은 심한 표현이 무리는 아니다. 고단한 삶의 현장으로부터 유리된 정치 현실 때문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먹고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 와중에 정치권은 당권·대권추구에 여념이 없다. 특히 총선 후 여권의 모습을 보면 실망을 넘어 울화가 치민다는 사람들도 많다. 먹고살기 어려운 엄혹한 시절이 시작됐는데 여권은 아랑곳하지 않고 친박·비박 싸움에 날을 새고 있다.

그럼 진정 정치인은 쓰레기고 한국 정치는 퇴보만을 거듭하는가. 그렇지 않다. 관점을 조금만 돌려보면 오히려 지금 한국 정치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첫째, 1인 카리스마 정치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3김시대 이후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한 정치는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끝나가고 있다. 현재 여권에서 차기 주자가 나오지 않는 점은 이를 대변한다. 야권은 문재인 전 대표가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만 과거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 때와 비교하면 개인 카리스마에 의존한 정치라고 할 수는 없다.


물론 개인 카리스마에 의존한 정치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되돌아보면 우리의 근·현대사는 그 같은 인물을 필요로 했다. 경제개발시대의 박정희 대통령, 문민화가 시대적 과제일 때의 김영삼 대통령, IMF 위기극복과 지역통합이 과제이던 때의 김대중 대통령 등. 당시는 시대적 과제가 명쾌했고 이를 풀어나가는 리더십 역시 개인 카리스마에 근거한 강력한 지도력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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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시대적 과제가 한두 개의 명제로 단순화되지 않는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저성장시대를 맞아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동시에 사회적 양극화 극복, 복지사회 구축 등도 동시에 해나가야 한다. 이미 핵 보유국으로 떠오른 북한과의 관계 재정립, 동북아 패권경쟁이 한창인 미중일 사이에서 국익에 맞춘 전략적 외교도 해나가야 한다.

이 같은 복합적·중층적 과제는 개인 카리스마에 의해 극복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권위주의 정치패턴, 기존 사고에 고정된 개인 카리스마 정치인은 이 같은 시대적 명제의 한 측면만을 보거나 해결방안 역시 한쪽만을 강조하기 쉽다.

이 같은 측면에서 현재 여권의 대권주자 부재는 유권자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 누가 현재의 시대적 명제와 국가적 비전제시에 가장 부합하는가 골라보는 ‘대선주자 쇼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선주자들 역시 단순히 이미지와 정치구호, 과거의 정치경력만으로 표를 달라고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치열한 학습과 고민·소통을 거쳐 우리 시대의 문제와 해결방안·미래비전을 본인 입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5년 단임 대통령제의 폐해가 극명히 드러나면서 그 문제점을 해소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5년 단임제 아래 실제 대통령이 힘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시간은 2~3년에 불과하다. 그 시간 중이라도 정치인과 관료들의 눈은 지속적으로 ‘차기’를 향하고 있다. 대통령 역시 짧은 임기 내에 업적을 세우려고 무리하게 밀어붙이게 되고 이는 부작용을 낳는다. 4년 중임제, 내각제 등 구체적인 해결방안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논란이 많지만 단임제 문제점과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셋째는 지역주의 정치 시대의 종언이다. 지난 4·13 총선에서 지역주의 정치 구도가 상당 부분 허물어졌다. 내년 대선 역시 기존의 지역 구도와는 다른 형태를 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 정치의 혼란상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의 흐름들이 대선을 전후해 구체적으로 가시화된다면 그것은 한국 정치가 한걸음 전진했다고 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miracle@sed.co.kr

안의식 정치부장

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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