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의 자신감이 과하다.”
한국닛산 ‘캐시카이’ 배기가스 불법 조작 판단을 두고 자동차 업계에서 하는 말이다.
환경부는 최근 한국닛산을 배기가스 불법 조작 행위를 한 범죄자로 낙인찍었다. 3억3,000만원의 과징금, 판매정지명령, 814대 리콜명령, 인증취소, 타케히코 키쿠치 한국닛산 사장 형사고발 등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지난해 벌어진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논란 과정에서 일을 처리하던 환경부와 다른 모습이다.
환경부는 “(한국닛산이 판매한 캐시카이의) 엔진 흡기온도 35도 이상에서 배출가스재순환장치의 작동을 중단시키도록 설정한 제어방식은 정상적 제어방식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지난 3월9일과 4월20일 자동차 전문가 회의를 개최한 바 참석자 모두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며 환경부의 조사를 업계 전문가들이 전부 인정했다는 근거를 달았다. ‘권위에 의존하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흔한 수단이다.
결과가 발표되고 여론은 들끓었다. ‘한국판 디젤게이트’라 불리며 이곳저곳에서 “디젤의 종말이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내놓았다. 정부는 물론 관련 전문가까지 의견이 모였으니 명백한 잘못처럼 보였다.
여론과 달리 한국닛산은 즉각 반발했다. 정부의 눈치를 보는 한국 진출 기업이 보이기 힘든 행동이다. 오히려 “닛산은 회사가 진출한 모든 시장의 법과 규정을 준수하는 데서 더 나아가 그보다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키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캐시카이는 유럽에서 유로6 인증을 충족했듯이 한국에서도 적법한 인증 절차를 통과했다. 국내 기준과 유사하게 엄격한 테스트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럽연합(EU) 규제기관들 역시 그들이 조사한 닛산 차량에 배출가스 저감장치에 대해 임의설정을 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고 고객들을 안심시켰다.
도로주행시 캐시카이 다음으로 질소산화물을 높게 배출한 것으로 드러난 QM3의 제작·수입자인 르노삼성은 올해 말까지 개선대책을 마련하기로 했지만 환경부의 조사방식을 인정하지 않았다.
“왜 35도가 문제가 되는지” “세 번째 높은 질소산화물을 내뿜은 쌍용자동차 ‘티볼리’는 왜 예외 대상인지”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답을 구할 방법이 없었다. 환경부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달리 권위를 빌려준 ‘자동차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보호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않았다. 불법조작을 뒷받침해준 전문가들이 조작의 근거로는 쓰이고 그들의 정체는 프라이버시로 포장된 것이다.
환경을 해치는 자동차 업체의 행위를 비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의 잘못을 국내에서 처음 적발했다는 우리나라 정부의 논거는 더욱 명확해야 한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당당하다면 숨길 이유가 없다. 마지막까지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 wonderfu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