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3분 호통' 국감 엮어 민원 밀어넣기 일쑤였는데...상시청문회법 도입땐 오죽할까 기업들 부글부글

[핫이슈] 기업 부담 법규 줄줄이...한숨쉬는 재계

A업체 대관 담당자였던 B씨는 지금도 기름값 얘기만 나오면 몸서리가 처진다. 떨어지는 유가만큼 휘발유 값이 낮아지지 않자 국회에서 틈만 나면 “총수를 부르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다. 특히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의원실과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옥신각신하느라 다른 업무는 거의 못했다는 게 B씨의 기억이다. 기업 차원에서도 총수 소환을 막기 위해 쏟아붓는 힘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B씨는 “의원실에서 총수 소환문제에 다른 민원을 엮는 경우가 다반사였다”며 “지금으로도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운데 수시청문회가 도입되면 오죽하겠느냐”고 토로했다.

국회가 수시 청문회 법안을 추진하면서 재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침체에 경제민주화 분위기까지 엮이면서 기업활동이 쉽지 않은데 수시 청문회까지 도입되면 제대로 된 경영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부패를 막는다는 김영란법도 9월 시행을 앞두고 있어 재계 입장에서는 엎친 데 덮친 꼴이다.

재계의 고위관계자는 24일 “주요 기업들이 겉으로는 말을 못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수시청문회법에 대한 불만이 많다”며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그룹 총수나 대표이사를 심심하면 불러댈 것인데 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논란이 있는 업체의 경우 경영진이 국감도 불려가고, 국정조사나 청문회도 나가고 상시 청문회에까지 출석을 요구받게 되면 결국 경영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국정감사 때만 해도 증인으로 불러 놓고 몇 시간씩 질문도 없이 앉혀두거나 대답은 하지 못하게 한 채 호통만 치는 사례가 많다. 사실상 시간이 돈인 CEO급 인사들로서는 손해가 크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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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감에서는 무려 20여명에 달하는 최고경영자(CEO)급 인사가 국회에 불려나왔다.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과 조대식 SK㈜ 사장, 조현준 효성 사장, 김한조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주인종 전 신한은행 부행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된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정 부분 국회에서 기업 최고책임자에게 의견을 묻거나 확인할 부분이 있겠지만 앞뒤 안 재고 무턱대고 총수부터 부르고 보자는 식이 너무나 많다”며 “국회의 관행이 변하지 않는 한 수시청문회법은 기업에 큰 부담을 주게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재계의 또다른 관계자도 “대기업 오너나 사장을 불러놓고 국회의원들이 3분씩 호통을 치는 식으로 운영되는 건 잘못됐다고 본다”며 “특정사안에 대한 청문회라면 사업을 잘 아는 실무임원이 나가서 청문회가 잘 진행되는 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했다.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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