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하이투자證 매각, 몸값이 관건"

1조 넘게 투자 했는데

시장 예상가 6,000억

기대 가격에 턱없이 부족할 땐

현대중공업 매각 철회 가능성

대형IB 노리는 증권사엔 '매력'

예상외 가격으로 흥행할 수도



현대중공업(009540)이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하이투자증권(A030010) 매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시장이 평가하는 매각가격이 현재 장부가보다도 낮은 수준이지만 자본금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한국형 투자은행·IB)로 도약을 노리는 증권사에는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현대중공업이 기대했던 가격에 턱없이 부족할 경우 매각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몸값에 대한 시장의 평가금액과 매각의 흥행 여부가 실제 매각을 판가름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IB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의 적정 매각가는 5,000억~6,000억원 수준으로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을 포함해도 6,000억원을 넘기기는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부분에 강점이 있는 특화증권사도 아닌데다 우발채무 우려도 높다”며 “5,000억원 이하의 가격이라면 관심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높은 가격”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대중공업이 손실을 감수하고 유동성 확보에만 집중한다는 각오가 아닌 이상 실제 매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라고 말했다.


실제 IB업계가 평가하는 가격은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8년 CJ투자증권을 인수해 추가 투자했던 자금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에 불과한 금액이다. 현대중공업은 2008년 하이투자증권의 전신인 CJ투자증권의 지분 75%를 7,05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CJ자산운용까지 패키지로 인수한 가격이 총7,480억원이다. 인수 후에도 2008년 548억원, 2010년 2,563억원, 2015년 1,000억원을 유상증자해 4,11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인수자금과 유상증자 금액을 합치면 총 1조1,591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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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IB업계가 추정하는 가격은 인수자금과 추가 투자금뿐 아니라 현재 장부가인 8,261억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 가격에 매각한다면 헐값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자본금 3조원 이상의 한국형 IB 진입을 노리는 증권사들에는 매력적인 매물이기 때문에 흥행에 성공할 경우 매각가격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이투자증권의 자기자본은 올해 3월 말 기준 7,139억원이어서 인수를 통해 단숨에 한국형 IB로 도약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자본금이 1조5,000억원이 넘는 증권사들에는 징검다리로서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로는 메리츠종금증권(008560)이 꼽힌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자본금은 1조7,185억원으로 오는 2020년까지 대형 IB로 변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익을 자기자본으로 쌓아 꾸준히 덩치를 키워 한국형 IB로 도약할 수도 있지만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할 경우 훨씬 빠른 속도로 단숨에 자본금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외에도 자본금이 1조원을 넘는 신한금융투자(2조5,216억원), 하나금융투자(1조7,888억원), 대신증권(1조6,803억원), 키움증권(1조559억원) 등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게다가 하이투자증권이 부산과 울산을 포함한 경남지역에 영업력이 집중돼 있어 수도권 중심의 기존 증권사 영업점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증권사의 사업모델이 주식매매 중개수수료 중심에서 탈피해 기업신용공여 등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새로운 사업모델은 자기자본을 확충하지 않으면 어렵기 때문에 막상 매각 작업이 공식화하면 의외의 가격을 제시하는 인수자가 출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PEF)가 인수경쟁에 뛰어들 경우 새로운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PEF들은 최근 매물로 나왔던 증권사들의 인수전에 꾸준히 뛰어들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PEF들은 직접 증권사를 보유해 부실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사와 자금조달에 나서면 경쟁사들에 비해 훨씬 유리한 지형을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송종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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