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 자료 받아서 살생물질 전수조사 제대로 될까

환경부가 17일 방향제·탈취제 등 생활화학 제품에 함유된 살생물질 전반에 대한 조사계획을 밝힌 것은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인명피해 이후 국민의 불안이 극도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루 24시간 화학물질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제품에 어떤 살생물질이 들어 있는지, 위해성은 있는지 등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24일 환경부가 후속 발표한 살생물질의 사용실태 전수조사와 안전성 검증계획으로는 전수조사도, 안전성 검증도 미진해 국민의 불안을 잠재우기에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환경부는 이날 살생물질 사용실태 조사를 위해 15종의 위해우려 제품을 제조·수입하는 8,000여개 기업 제품에 함유된 살생물질 종류 등을 제출받겠다고 했다. 자발적 참여 의사가 있는 20~30개 기업과는 안전관리 협약을 맺어 유·위해성 자료까지 받을 방침이다. 하지만 기업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불이익은 1,000만원 이하 과태료에 불과해 환경부의 계획대로 전수조사가 이뤄질지 의문이다. 자사 제품의 위해성이 크다면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과태료 처분을 감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옥시 사태에서 보듯 유·위해성 자료 역시 자사에 불리한 내용 공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기업 자료를 제출받는 것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실패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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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수조사는 물리적으로도 쉽지 않아 보인다. 조사하는 곳은 환경산업기술의 태스크포스(TF)로 인력이 10명에 불과하다. 이들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8,000여개 기업이 낸 자료를 분류하고 분석하고 필요할 경우 안전성 검증까지 마친다면 조사 결과의 신뢰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환경부는 전수조사라지만 거의 모든 국민이 사용하는 모기약만 해도 조사 대상이 아니다. 모기약의 안전성 부문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하나둘 빠져나간다면 전수조사라는 말 자체가 우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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