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구조조정發 경기위축 대비해야"…추경 논란에 불 지핀 KDI

[상반기 경제전망]

"세수 등 양호…여건은 충분"

정치권, OECD 이어 추경 편성 주문

"법적요건 안돼" 정부 난색

"올 경기흐름 상고하저 전망

수출 내년에도 반등 어려워"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16년 상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정부에 사실상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문한 점이다.

24일 ‘2016년 상반기 경제전망’ 브리핑을 한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실업, 심리위축, 금융시장 불안으로 경기위축이 불가피하다”며 “부정적 파급 효과가 크게 나타나면 실업대책·긴급복지제도 강화를 위한 추경을 편성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세수가 양호하고 지난해 세계잉여금(약 1조2,000억원)도 활용할 수 있어 (추경) 여건은 어느 정도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은 이어 “올해 부정적 영향이 크지 않으면 내년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하는 등 상황을 보며 재정을 탄력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룸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김성태 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룸에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정적 파급 효과가 클 경우’라는 전제를 달았지만 국책연구기관인 KDI가 정부에 추경을 요구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KDI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소비가 크게 위축되면서 추경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비등했던 지난해 5월 경제전망에서도 기준금리 인하, 구조개혁을 주문했지만 추경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2014년 상반기 전망에서는 “단기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을 추가로 확대할 필요성은 크지 않다”며 아예 추경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치권에 이어 KDI까지 나섬에 따라 추경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민의당이 추경을 계속 촉구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며 추경 편성을 권고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한국의 높은 재정건전성을 근거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요구한 상태다.

반면 정작 정부는 아직 추경 편성을 위한 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어 향후 움직임이 주목된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추경을 편성하려면 대량실업, 자연재해, 남북관계 변화 등 법적 요건이 필요하다”며 “지난해에는 메르스·가뭄 같은 재해가 있어 편성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실제 대량실업이 일어난 것도 아니어서 추경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행 국가재정법(89조)은 추경 편성 요건에 대해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아직 20대 국회 원 구성도 이뤄지지 않은데다 추경 편성에 대한 논의가 늦어질 경우 정기국회의 예산 편성 시점과 겹칠 수 있어 시기적으로도 부담도 크다. 요건도 엄격하고 국회 동의가 필요한 추경을 편성하느니 차라리 내년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하는 게 낫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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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도 강하게 촉구했다. 김 부장은 “거시경제 정책의 모든 역량을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며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느릴 것으로 보이고 가계대출 심사 강화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도 낮은데다 추후 구조조정으로 발생할 경기 하방압력도 완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현 기준금리는 연 1.5%이며 시장에서는 1%까지 두 번 금리를 내릴 여력이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KDI는 올해 경기 흐름을 ‘상고하저’로 전망했다. 상반기 전체 재정의 절반을 훌쩍 넘는 59.5%를 소진해 하반기 재정 여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경기를 떠받치는 건설투자 증감률도 하반기로 갈수록 기저 효과로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KDI는 1·4분기 0.4%(전 분기 대비)였던 경제성장률은 2·4분기 0.7%, 3·4분기 0.6%, 4·4분기 0.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16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는 수출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고전할 것으로 봤다. KDI는 지난해 10.5% 쪼그라든 수출이 올해 8.2% 추가로 감소하고 내년에도 0.1% 증가에 그쳐 뚜렷한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는 3% 감소해 지난해 5.3% 증가세에서 하락 반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업률은 지난해 3.5%에서 올해 3.8%로 상승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 경상흑자는 1,103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계부채와 관련해서는 최근 빠르게 불어나는 집단대출,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대비를 촉구했다. 올해 2월부터 실시된 은행권 가계대출 여신심사 강화로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어진 저소득층이 집단대출이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KDI는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예외 조항을 보완해 집단대출 등 가계대출 규제의 사각지대를 축소해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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