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강남시대 접는 기업들…삼성물산,홈플러스 이어 터줏대감 한국타이어도 판교로 이전



강남을 지키던 기업들이 줄줄이 이사를 떠난다. 한국 경제 성장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테헤란로는 기업들이 구도심이나 수도권으로 터전을 이동하면서 변혁기를 맞았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강남 테헤란로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한국타이어는 20여년간의 강남시대를 마무리하고 판교로 둥지를 옮긴다.

지난 1995년부터 역삼동 사옥에서 근무해온 한국타이어는 포스코 등과 함께 테헤란로의 부흥을 지켜본 회사로 꼽힌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오는 2019년 판교테크노밸리로 회사를 옮긴다”면서 “영등포·강남시대를 지나 판교에서 다시 한 번 재도약을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1940년대 영등포 공장에서 첫 타이어 생산을 시작한 후 현재 세계적 수준의 타이어 회사로 성장한 한국타이어는 영등포 사옥에서 1995년 역삼동 사옥으로 옮긴 바 있다.


테헤란로를 떠나는 회사는 한국타이어뿐이 아니다. 최근 서울 강남 서초사옥에 터를 잡았던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각각 수원과 판교 등으로 빠져나갔다. 삼성전자의 연구개발·디자인 인력 약 5,000여명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3월까지 우면동 연구개발(R&D)센터와 수원사업장으로 이전을 마쳤다. 삼성물산 건설 부문 3,000여명도 3월 판교 알파돔시티로 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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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에 넘어간 홈플러스는 17년 만에 선릉역 인근 본사 대신 강서로 지난달 이전했다.

빈 사무실은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에 현대차 신사옥이 마련될 때까지 현대차그룹의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가 임시로 머문다. 동부금융센터에 위치하던 동부제철도 서울 중구 STX남산타워로 이동한 바 있다. 역삼동 SI타워에 근무하던 현대차그룹의 부품계열사 현대모비스 본사 직원 2,000여명 역시 현대차 신사옥으로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2021년 완공 예정인 현대차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는 7만9,342㎡ 부지에 지상 및 지하를 합쳐 총 연면적 92만8,887㎡ 규모로 조성된다. 업계 관계자는 “105층짜리 GBC가 완공되고 나면 테헤란로의 중심이 삼성역 인근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1977년까지 삼릉로로 불리던 테헤란로는 1977년 이란의 수도 테헤란시의 시장이 서울을 찾아 자매결연을 하면서 붙은 이름이 바뀌었다. 테헤란로는 현재까지 한국 경제의 축을 담당해온 ‘핫플레이스’로 불리지만 당시에는 한산한 자갈밭이었다. 이후 1990년대 ‘정보기술(IT)붐’이 일면서 안철수연구소 등 벤처기업들이 몰려드는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거듭났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바뀐 산업 트렌드 탓에 높은 공실률을 기록, 위기를 맞았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강남 중심의 업무 환경이 판교 등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모든 부분에서 테헤란로의 중심역할을 해온 강남역 대신 삼성역 인근이 2021년 이후 가장 번화한 거리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박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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