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반기문, ‘대망론’에 스스로 불지피나

일주일새 “유종의 미 거둘 것” → “한국 시민으로서 역할 고민”

“南北 대화채널 유지한 것은 제가 유일”…통일대통령 이미지 강조

與 여론몰이 나서고 vs. 野는 연일 ’김빼기‘

25일 제주공항을 통해 입국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앞서 자신의 이번 방한이 정치적 행보로 비쳐지는 것을 꺼려 했던 입장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방한 첫 일정으로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포럼에 참석한 반 총장은 그간 애매모호한 화법에서 진일보해 대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한편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 지도자상(像)을 피력하는 등 시종일관 당당하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입국하자마자 이른바 ‘반기문 대망론’에 스스로 불을 지핀 셈이다.

◇반기문, ‘대망론’에 스스로 불지펴=“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그때 (임기 종료 후) 가서 고민, 결심하고 필요하면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는 반 총장의 발언은 올해 말 임기 종료 이후 대선 출마를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8일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에게 “(임기가) 아직 7개월이 남았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면 고맙겠다”고 밝힌 것에 비해 훨씬 진전됐다는 평가다.


나아가 반 총장은 “누군가 대통합을 선언하고 나와 솔선수범하고 모든 것을 버리고 국가 통합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힘줘 말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서라면 ‘전직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명예를 버리고 정치 지도자(대통령)로 나설 수도 있음을 에둘러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반 총장은 ‘출구’를 열어뒀다. 그는 “제가 대통령을 한다 이런 것은 예전에 생각해본 적이 없다”면서 “지금 현재는 맡은 소명을 성공적으로 맡다가 여러분께 성공적으로 보고할 수 있는 게 바람직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南北 대화채널 유지한 것은 제가 유일”…통일대통령 이미지 강조=반 총장은 자신의 ‘통일 대통령’ 이미지를 염두에 둔 듯 북한 관련 언급에도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유엔 사무총장 개인의 이니셔티브를 갖고 북측과 계속 대화해왔는데 몇 차례 (방북) 계기가 있었지만 북한이 돌변해서 이루지 못했다”면서 “그럼에도 계속 고위급 대화채널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북 간 대화채널을 유지해온 것은 제가 유일한 게 아닌가 생각하고 기회가 되면 계속 노력하겠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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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총장은 “북핵이나 미사일 문제 등으로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남북 문제는 숙명”이라면서 “대북 압박을 계속 해나가는 과정에서도 인도적 문제를 통해 물꼬를 터가며 대화하고 긴장을 완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제 임기가 일곱 달 남았지만 그 중에라도 계속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與 여론몰이, 野는 연일 ‘김 빼기’ 견제구=내심 반 총장을 새누리당의 대통령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는 친박계는 반 총장의 이날 발언을 계기로 발 빠르게 여론몰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은 반 총장의 일정마다 당내 인사들을 배치하며 반 총장과의 잇단 접촉에 나섰다. 안홍준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반 총장의 대권 도전에 대해 “당연히 나서야 한다”면서 “반 총장은 아주 강한 권력의지를 갖고 있다. (권력의지가) 101%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야권에서는 연일 반 총장에 대해 ‘김 빼기’를 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유엔 사무총장 퇴임 직후 회원국이 어떠한 정부직도 제공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고 사무총장 자신도 그런 직책을 수락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는 권고를 담은 결의를 1946년 1차 총회에서 채택한 것을 근거로 들며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국가로서 자존심이 있으므로 유엔 결의문 정신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통령선거에 나오는 것은 국가적으로나 (반 총장) 개인적으로나 바람직하지 않다”며 우회적으로 대선 출마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민병두 더민주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되려면 본인의 분명한 권력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반 총장은) 그게 모호하다는 점, 내년 5월 대망론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금의환향이 어렵다는 점 등은 보수정권이 10년을 넘기지 못하고 정권이 바뀌게 될 것이라는 관측을 가능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제주=노희영·박효정기자 nevermind@sedaily.com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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