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3월 이후 반등하며 배럴당 50달러에 육박하면서 원유 관련 자산들을 담은 펀드들의 수익률이 기사회생하고 있지만 되레 투자자들은 펀드에서 발을 빼고 있다. 투자자들이 유가의 상승세가 대세로 굳어지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수익률이 회복된 시점에 환매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설정된 글로벌 하이일드채권펀드는 연초 대비 4.89%, 최근 3개월 동안은 7.12%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뱅크론(시니어론)펀드도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 4.45%, 3개월 평균 5.51%로 반등했다. 두 펀드가 편입하는 채권에 에너지 관련 기업의 회사채가 적지 않은 비중을 점하고 있어 유가 변동에 따라 수익률도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지적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25일(현지시간) 배럴당 49.56달러에 마감하며 지난 2월11일의 연저점 대비 약 96%나 올랐다. 미국의 석유·천연가스 등 에너지 운송 인프라 관련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 MLP펀드의 수익률 변동은 더욱 드라마틱하다. 1년 수익률이 평균 -27.78%로 극도로 부진했으나 유가 반등 덕에 연초 이후 10.65%, 3개월 22.29%로 급격한 방향 전환에 성공했다.
문제는 펀드의 수익률이 회복하니 되레 자금이 빠져나간다는 데 있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26일 기준으로 유가가 반등하기 시작한 최근 3개월 동안 글로벌하이일드채권펀드에서 184억원, 뱅크론펀드에서 737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올 초와 비교해도 글로벌하이일드채권펀드에서 855억원, 뱅크론펀드에서 886억원 빠져나갔다. 지난해 유가 폭락으로 부진한 성과를 목격한 투자자들이 앞으로의 추가적 유가 상승 가능성을 낮게 보고 조금이나마 수익률이 회복됐을 때 차익을 챙기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 전문가들도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크게 웃도는 추세적 상승 가능성에는 회의적이다. 단기적으로는 배럴당 50달러를 넘을 수 있겠지만 올해 말까지는 현재의 유가 수준을 면하지 못하리라는 전망이 다수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위원은 “하루 평균 180만배럴의 원유가 수요 대비 초과생산되는 것으로 추산되는 등 공급과잉은 여전하다”며 “현재 유가도 오버슈팅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기는 순간 산유국과 미국 셰일오일의 증산이 재개될 개연성이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