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통신이 25일 내놓은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미국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사람은 온라인 예약 사이트 운영기업인 익스피디아그룹의 다라 코스로샤히 총괄회장으로 9,460만달러(1,116억원)에 달했다. 연봉의 대부분은 실적 상승에 따른 스톡옵션이 차지했다. 이 돈은 어느 정도 되는 걸까. 일봉으로 치면 약 26만달러(3억원)니까 시간당 1만800달러(1,274만원)씩 벌었다. 미국의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7.25달러(8,555원). 미국에서 임금을 제일 적게 받는 노동자와 가장 많이 받는 노동자의 임금 차이는 1,489배에 달한다.
지난 3월 상장사들이 제출한 사업보고서를 보면 국내 CEO 가운데 연봉이 가장 많은 사람이 149억5,400만원을 받은 권오현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이다. 지난해 급여 20억8,300만원을 비롯해 상여금 48억3,700만원, 임원처우규정에 따른 기타근로소득으로 80억3,400만원을 받았다. 미국 상장사와 비교하면 7분의1에 불과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발표되자 많은 사람이 무슨 연봉이 그렇게 많으냐는 반응을 보였다.
1960년대만 해도 미국에서 CEO 연봉은 종업원 임금의 20배 정도 됐다. 그러던 것이 1990년대 들어 폭발적으로 오르기 시작해 요즘에는 300배 정도 된다. 얼마 전 나온 미국 노동총동맹(AFL-CIO) 발표를 보면 미국 CEO의 연봉은 평균 1,240만달러(134억원), 일반 사원은 3만6,875달러(3,982만원)로 335배 차이 난다.
어떤 사람은 돈을 많이 벌어준 CEO에게 충분한 대우를 해주는 것이 당연하며 여기에 시비를 거는 것은 질투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을 보면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일반 직원에 비해 터무니없이 많은 연봉을 받게 되면 소득 불평등을 낳고 직원과 주주의 불만을 키워 회사 성과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도 많다. 세계 최대 규모인 노르웨이의 국부펀드가 세계 투자기업 CEO의 고액연봉을 단속하기로 한 것도 주가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CEO 연봉의 적정선, 다시 말해 인정 가능한 불평등의 적정선은 어디일까. /한기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