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정치권의 행태가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우고 사회적 갈등과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당장 공기업이 추진 중인 성과급연봉제만 해도 그렇다. 노조가 총선 직후 국회에 SOS를 치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른바 ‘불법점검단’까지 파견해 공기업을 휘젓고 다녀 정상적인 업무가 불가능하다는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금융노조의 두둑한 배짱은 여야 지도부의 거제 방문 이후 노골화됐다는 게 금융권과 정부 측 분석이다. 여야가 조선업을 살리겠다며 찾아간 거제 현장에서 오히려 노조의 투쟁본능만 북돋우고 갈등을 키워놓은 탓이 크다. 가뜩이나 구조조정이 지지부진한 와중에 정치권에서 멋대로 개입하니 구조조정이 산으로 간다는 얘기가 나오게 마련이다. 지역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정치논리로 채권단 자율협약에 끼어들어 조선업체마다 망하게 만들어놓고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정치권은 한술 더 떠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기업투자를 옥죄고 경제의 발목을 잡는 포퓰리즘 법안을 무더기로 쏟아낼 태세다. 더불어민주당은 기업이익 환원 차원에서 법인세 실효세율을 19.6%로 올리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계 모든 나라가 투자유치를 위해 경쟁적으로 법인세를 낮추는 와중에 우리만 거꾸로 가겠다니 그 두둑한 배짱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뿐이 아니다. 대기업의 몫을 줄여야 한다며 납품단가를 낮추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하고 사내유보금에 중과세하는 법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러니 노동계가 20대 국회를 등에 업고 재벌개혁을 정치이슈화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김영배 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26일 한 포럼에서 “20대 국회가 여소야대 구도로 바뀌자 노동계가 야권을 활용해 재벌개혁을 재차 정치이슈화하고 투쟁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민주노총이 조직체를 구성해 재벌 투쟁을 강화하고 진보시민단체와 연대해 대기업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며 “대기업 협력업체의 노사관계를 대기업의 문제로 확산시키려는 시도”라고 했다. 민주노총에서 ‘재벌개혁’을 내걸고 여론몰이에 나서는 것이나 국회의사당이 어느새 노동계의 기자회견장으로 둔갑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정치권을 배후세력으로 여기는 자신감의 발로다.
작금의 한국 경제는 벼랑 끝에 서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기관마다 성장률을 낮추면서 구조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나라 경제가 위험하다는 경고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대기업을 옥죄고 노조 편만 들면 고루 행복한 세상이라도 오는 양 기만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지난 총선에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낡은 정치를 청산하라고 한 국민들의 엄중한 주문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분별한 정치권의 개입은 오히려 시장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경제를 피폐화할 뿐이다. 당리당략을 벗어나 긴 안목에서 국가 미래를 생각하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그래야만 더 이상 정치가 경제를 망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