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구조조정 얘기만 꺼내도 손사래…국책銀에 번지는 변양호신드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한때 공직사회에 퍼졌던 극도의 보신주의를 일컫는 ‘변양호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이 외환은행의 론스타 헐값매각 시비에 휘말려 구속된 후 공직사회는 논란이 될 만한 사안에는 개입하지 않는 책임회피와 보신주의 분위기가 만연했다.

국책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27일 “구조조정 실패에 대한 국책은행의 책임론이 연일 거세지면서 일상적인 업무인데도 세간의 관심을 끄는 사안에 대해 실무자들부터 몸을 사리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가뜩이나 금융공기관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돼 실적과 고과 등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구조조정 문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자 이 같은 분위기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책은행들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결정권이 없었음에도 실패의 주역으로 몰려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 자율협약·워크아웃·법정관리 등 대기업의 구조조정 방식을 결정하는 것은 채권단이지만 이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 금융당국이다. 최근 추가 구조조정안을 협의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지난해 말 정상 상태로 두면서 산은이 대주주로서 지원하는 것 등은 서별관회의(청와대 경제현안회의)에서 결정된 사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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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은행에 퍼지는 ‘변양호 신드롬’은 감사원의 이달 말 감사 결과에 따라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감사원 조사는 지난해 대우조선 부실이 터지면서 대주주인 산은의 책임을 물어 시행됐다. 감사원 감사 결과는 국책은행 책임론과 맞물려 국책은행을 옥죌 정치적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산은은 감사 결과를 두고 대우조선 관련 직원의 문책 등이 담기는 것 아니냐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산은의 한 고위관계자는 “책임론은 우리가 책임질 부분이 당연히 크지만 감사원 발표 결과에 직원의 문책이 담기게 되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구조조정과 관련한 일을 할 수 있겠느냐”며 “국책은행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국책은행이 일할 수 있는 분위기도 함께 고려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국책은행의 여신정책에도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국책은행 여신담당 임원은 “국책은행 여신이 현재 문제시되는 조선·해운 등의 기업에 치우쳐 있어 건전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분위기에서 국책은행도 이제는 여신 원칙에 따라 기간산업이라고 무조건 지원하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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