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핫 이슈] '철강 수입 규제' 글로벌 전쟁…중간에 낀 애먼 한국만 피해

내우외환에 신음하는 철강사

미국·유럽 등 반덤핑 공세 강화 속

中도 "수입 규제" 천명 보복 조치



중국산 철강의 저가 공세를 차단하려는 미국, 유럽연합(EU)과 이에 반발하는 중국의 다툼이 격화하면서 ‘애먼’ 한국 기업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안으로는 수요 침체, 밖으로는 보호무역주의에 시달리며 철강 업계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5월27일자 1면 참조

최근 각국은 철강재 수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한국 철강 업계의 목을 조이고 있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현재 각국이 한국산 철강 제품에 적용하거나 적용을 검토 중인 규제는 반덤핑(AD), 세이프가드(SG), 상계관세(CVD)를 합쳐 총 109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인도·이탈리아·대만과 함께 한국산 도금판재류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현대제철에 적용될 관세율이 48%로 가장 높았고 동국제강과 포스코 역시 관세 부과 대상에 올랐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오는 7월 반덤핑 관세 부과 여부를 확정하고 부과가 확정되면 내년부터 적용한다. 중국도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철강 수입을 규제하겠다고 천명하면서 국내 기업들이 입을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앞서 EU도 오는 2020년 5월까지 역외국 철강 제품 수입감시제도를 시행한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역내에 철강 제품을 들여오는 업체들에 대해 물량과 금액을 기재한 감시서류를 당국에 제출하도록 강제하고 역내 철강 수입 추이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산 철강 제품 수입을 제재해달라는 유럽 철강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인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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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수입 규제의 여파로 국내 철강 제품 수출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올 1·4분기 철강사들은 총 764만5,000톤을 수출하고 574만2,000톤을 수입해 여전히 ‘순수출’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 폭은 전년 대비 17% 넘게 줄었다. 미국·캐나다로부터 반덤핑 관세를 부과 받은 유정용 강관은 1·4분기 수출량이 44만6,000톤으로 전년 대비 44%나 줄었다.

이처럼 전세계적으로 강화되는 철강 제품 수입 규제는 공급 과잉을 유발한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한국까지 ‘도매금’으로 적용되고 있다. EU에 따르면 전세계 철강생산능력은 2014년 기준 22억4,300만톤으로 2000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EU가 추산하는 중국의 과잉 생산 규모는 3억5,000만톤에 이른다.

철강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EU 규제 당국은 중국산 철강재가 한국에 들어와 한국산으로 위장돼 다시 수출되고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한국산 철강재에 부과되는 수입 규제도 사실 중국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고 전했다.

이에 더해 각국 정부는 전세계적인 공급 과잉이 해소될 때까지 당분간 자국산 철강 보호 노력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철강 업계의 고위관계자는 “중국은 향후 5년간 철강 생산량을 1억5,000만톤가량 줄일 계획인데 이는 포스코 만한 기업을 서너 개 없애는 수준”이라며 “한국에도 공급 과잉 해소에 동참하라는 국제적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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