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크루즈선 수요 느는데…알짜 STX프랑스 외국에 뺏길판

연일 수조대 건조계약에

2023년까지 일감 확보

국내 빅3, 구조조정 바쁘지만

미래 동력 위해 인수 나서야



STX조선해양의 자회사인 STX프랑스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크루즈선사 ‘로열캐리비언크루즈’와 세계 최대 크기인 오아시스급 크루즈선 2척과 초호화 에지급 크루즈선 1척을 건조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본계약을 체결하면 프랑스 서부 생나제르에 위치한 STX프랑스의 도크는 오는 2023년까지 건조예약이 꽉 차게 된다. 이 회사는 지난달에도 40억유로(약 5조3,000억원)에 이르는 크루즈선 4척의 건조계약을 따내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야말로 ‘알짜배기’다.

수주절벽에 시달리는 한국·중국·일본 조선소가 절박한 구조조정에 매달리는 와중에도 STX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크루즈 전문 조선소들은 이처럼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크루즈선 시장은 전 세계의 크루즈 여행 수요가 늘면서 최소 5년간은 호황을 만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당장의 생존이 불확실한 한국 조선업계는 크루즈선 진출은커녕 거의 유일한 교두보나 다름없던 STX프랑스마저 외국 업체에 빼앗길 처지다.

30일 STX조선해양과 채권단에 따르면 STX프랑스는 이달 초부터 재매각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매도주체인 STX유럽이 실사를 벌이고 있으며 조만간 본격적으로 인수 대상자를 물색할 계획이다. STX프랑스는 현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STX조선해양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지난해에도 매물로 나왔지만 마땅한 인수자가 없어 매각작업이 무산됐다.


국내 업계에서는 STX프랑스를 한국 업체가 인수해야 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본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주요 조선사들이 구조조정에 바빠 STX프랑스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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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도 빅3에 STX프랑스 인수의향을 타진했지만 답이 돌아온 곳은 없었다”며 “중국 등 해외에서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미 STX프랑스가 가진 조선소 2개 중 로레앙조선소는 이달 하순께 프랑스 해군이 주도한 컨소시엄에 팔렸다.

STX프랑스는 1860년대에 세워진 전통 있는 프랑스 조선업체다. 업계의 블루오션으로 손꼽히는 크루즈선에 특화돼 있으며 실적 좋은 알짜회사로 자리매김했다. STX프랑스의 2014년 보고서를 보면 2012년 6억3,000만유로였던 STX프랑스의 수주잔액은 2014년 32억2,500만유로로 5배 이상 뛰었으며 매년 세전이익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벌크선부터 해양플랜트까지 전 세계 조선업계에는 발주가 뚝 끊겼지만 크루즈선 업계는 2019년까지 연평균 6.55%(크루즈선 승객 규모 기준)의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관련 조사기관인 크루즈마켓워치는 전망했다.

한국 조선업계는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크루즈선 진출이 필수인 만큼 당장은 어렵더라도 STX프랑스가 국내 기업에 인수돼야 한다고 본다. 유럽 조선소가 장악한 크루즈선은 아시아 조선업체들의 진입이 매우 까다로워 경쟁력 있는 기업을 인수하는 게 현실적인 전략으로 여겨진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STX프랑스 인수설이 한창 불거진 지난해 6월 “STX프랑스 인수는 잠정적으로 덮어놓았다”면서도 “크루즈선은 언젠가 주력으로 가야 할 방향”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과거 STX그룹이 STX프랑스를 인수할 때도 핵심기술 전수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굳이 인수할 필요가 없다는 반대 입장도 제기한다. 하지만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이 크루즈선 자체 건조에 뛰어들었다가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본 사례가 있다”며 “STX프랑스를 국내 기업이 계속 보유하면서 차근차근 노하우를 익혀가는 게 그나마 안전한 전략”이라고 전했다.

이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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