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충당금 폭탄' 국책은행 건전성 비상] 산은 충당금 적립률 78.6% 그쳐.. 수은 BIS비율 10% 아래로

대우조선 익스포저 6조4,853억에

산은, 충당금 409억 0.63% 불과

삼성重 등 명목상 '정상여신' 불구

충당금 추가 적립...건전성 옥죌듯

수출입銀 조선사 여신만 17.6조

'요주의 여신' 성동조선도 암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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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의 최일선에 있는 국책은행의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에 대한 대출 등 익스포저 (위험노출액) 규모는 큰 반면 부실화에 대비한 충당금 규모는 적어 향후 이들 기업의 향방에 따라 재무 건전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충당금 적립률은 78.6%로 140%가 넘는 시중은행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관계자는 “산은의 적립률은 70%대로 은행권 최저 수준으로 이를 100%로 끌어올리려면 최소 1조5,000억원 이상 충당금을 쌓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당국에서 지난 4월 중공업에 대해서도 자구안 제출을 요구하는 등 중공업 구조조정도 가시화한다는 분위기여서 이들 기업도 국책은행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구조조정 대상인 조선업의 여신 규모가 큰 반면 충당금은 거의 쌓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대한 익스포저 가운데 충당금을 불과 0.63%만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조선에 대한 산은의 익스포저는 2015년 말 현재 6조4,853억원으로 전년보다 2조679억원이나 급증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에 대한 산은의 충당금 적립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09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른 자산건전성 분류에서 정상여신을 대출액의 0.85%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우조선은 재무제표상 2013년부터 3년간 년 5조원이 넘는 대규모 이월결손금(적자)을 기록했지만 충당금 기준으로는 정상기업인 것이다. 물론 대우조선은 명목상은 정상회사지만 회사채가 투자부적격 등급인 ‘BB등급’으로 떨어져 채권단의 관리를 받고 있는 자율협약 기업과 마찬가지다.


대우조선해양뿐 아니라 삼성중공업·현대중공업·현대삼호조선·현대미포조선 등도 건전성이 옥죌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 기업의 산은 익스포저는 현대중공업이 2조3,852억원, 삼성중공업 9,983억원이다. 현대삼호와 현대미포도 각각 2,244억원, 1,254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모두 정상여신으로 분류돼 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산은과 자구안을 논의 중이고 현대중공업 역시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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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 역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수은의 경우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졌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부실 채권이 늘면서 6개월 만에 다시 10% 미만으로 떨어진 셈이다. 수은의 1·4분기 BIS 비율은 9.88%로 자기자본은 11조8,221억원이고 위험가중자산액은 119조6,073억원이었다.

특히 성동조선의 구조조정 향방에 따라 수은의 건전성은 막대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수은의 4월 말 현재 성동조선의 지원 잔액은 대출 1조3,000억원, 선수급환급보증 1조원 등 총 2조3,000억원이다. 수은은 성동조선에 대한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해 부실 채권이 아닌 상태다. 채권단 중 하나인 무역보험공사가 최근 성동조선에 대한 충당금을 50%까지 쌓은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충당금 50%는 정상·요주의·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 여신 건전성 분류 5단계 중 네 번째 단계인 회수의문에 해당한다. 무보의 경우 성동조선의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성동조선이 법정관리행에 들어갈 경우 수은은 여신에 대한 충당금으로만 7,000억원에서 최대 1조원가량까지 쌓아야 하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은의 지난해 기업 여신 규모는 80조원으로 2006년(28조원)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늘어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될수록 건전성을 장담할 수 없다”면서 “여신뿐만 아니라 RG 발급이 많아 해운·조선사가 법정관리로 갈 경우 이에 대한 RG콜도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조선사에 대한 익스포저 역시 수은 건전성의 불안감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수은의 조선사에 대한 여신 규모는 총 17조6,000억원에 이른다. 생사 기로에 서 있는 대우조선에 대해서만 12조원이 넘는 익스포저를 갖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에 대한 익스포저 역시 각각 6조4,576억원, 5조9,029억원에 달한다. 현대삼호중공업에도 2조1,461억원, 현대미포조선 1조1,430억원인데 이들 모두 정상으로 분류돼 있다.

김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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