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장려정책 맞춰 샀더니 “미세먼지 주범…稅혜택 축소” 돌변…'정책 실패'에 뿔난 디젤차 주인들

"이산화탄소 감축에 큰효과"

세금 줄여 구매 부추기더니

국내외 '더티 디젤' 논란 일자

경유값 인상 검토 등 옥죄기

오락가락정책 되풀이 안돼

미세먼지 종합대책 세워야



# 얼마 전 BMW 미니쿠퍼 디젤 모델을 구입한 직장인 김모씨는 정부가 경유 가격 인상을 검토한다는 뉴스를 볼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 디젤차는 동급 휘발유차보다 300만원가량 비싸고 디젤 특성상 차량이 덜덜 떨리는데다 소음도 심하다. 하지만 높은 연비, 저렴한 연료비, 각종 세금 혜택 등에 중장기적으로 가계 경제에 이득이라고 판단해 구입했다. 그런데 경유 값이 오르고 세 혜택도 줄어든다면 굳이 디젤 차를 선택한 이유가 없어진다. 김씨는 “차량 뒤에 ‘D’라는 디젤차 마크가 있는데 정부가 앞장서서 ‘디젤차는 미세먼지 주범’이라고 하니 왠지 차를 몰고 도로에 나가는 게 눈치가 보인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는 “정부의 디젤차 장려 정책에 맞춰 디젤차를 샀을 뿐인데 한순간에 정책이 바뀐다니 정부에 배신당한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환경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경유 값 인상, 각종 혜택 축소를 검토하면서 디젤차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지난 수년간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을 줄이려고 디젤차를 장려하다 미세먼지가 문제되자 디젤차를 다시 옥죄는 ‘정책 실패’를 되풀이하고 그 피해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1997년 교토의정서로 이산화탄소 감축이 글로벌 이슈로 부각되자 정부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이산화탄소 감축에 나선다. 비록 한국이 1차(2008~2012년) 감축 대상국에서는 빠졌지만 2차(2013년~2017년) 의무 감축국에는 포함될 수 있다고 봤다. 정부는 디젤차가 휘발유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0%나 적어 디젤차를 보급하는 것이 이산화탄소 감축의 ‘특효약’이라고 판단했다. 2008년부터 ‘친환경 인증’을 받은 디젤차에는 연 10만~30만원씩 부과되는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해주고 공용주차장, 도심혼잡 통행료를 50%씩 할인해줬다.


정부가 앞장서 ‘클린 디젤’ 판촉행사에 나서자 디젤차 판매량은 급증했다. 2010년 650만대에 불과했던 디젤차는 지난해 말 862만대로 5년 사이 212만대(32.6%)나 늘었다. 전체 등록 차량 중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36.1%에서 41%로 상승했다. 지난해 신규 승용차 중 디젤차는 68만4,383대로 휘발유차(68만 1,462대)를 앞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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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개개인의 합리적인 선택은 사회 전체적으로 미세먼지를 늘리는 ‘외부 불경제’를 낳았다. 디젤차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적지만 ‘질소산화물’을 휘발유차량에 비해 다량 배출해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단점이 있다. 외부 불경제란 경제 주체들은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만 이것이 모여 환경오염 등 사회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한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환경부도 2008년부터 디젤차를 장려하며 이산화탄소는 줄일 수 있지만 질소산화물로 인한 미세먼지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당시에는 이산화탄소 감축이라는 ‘급한 불’만 끄면 된다는 근시안적 정책을 썼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경유 가격 인상을 추진하기보다는 종합적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유 값을 올린다면 휘발유 차량이 늘어나 다시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가 불거지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연구결과를 보면 디젤차는 미세먼지를 초래하는 일부분에 불과하다”며 “미세먼지 대책으로 디젤차를 건드린다면 ‘변죽’만 울리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환경부가 지난해 세운 ‘2차 대기환경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수도권 미세먼지(PM10) 원인 중 82.5%가 공사장·노천소각 등 비산먼지에 의한 것이었다. 자동차에 의한 것은 13.6%에 불과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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