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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례문vs훈민정음…'국보1호' 논쟁 국회로

시민단체, 국회 1호 입법 청원

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 1호로 청원하는 단체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연합뉴스훈민정음 해례본을 국보 1호로 청원하는 단체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연합뉴스


숭례문과 훈민정음을 둘러싼 ‘국보 1호’ 교체 논란이 국회로 넘어갔다.

문화재제자리찾기, 우리문화지킴이, 국어문화실천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3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20대 국회 1호 청원으로, 훈민정음 해례본 국보 1호 지정을 위한 입법 청원을 한다”고 밝혔다.


현재 문화재 지정 번호를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북한뿐이다. 우리나라의 문화재 지정 번호는 관리와 행정 편의를 위해 부여된 것일 뿐 우열을 가리거나 서열을 매기는 수단은 아니다. 하지만 국보 ‘제1호’는 상징성이 클 수밖에 없다.

현재 국보 1호인 숭례문은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에 의해 조선 고적(古蹟) 제1호로 지정됐고, 1962년 문화재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국보 제1호로 승격됐다. 일각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이끄는 왜군이 한양으로 입성한 문이기에 일제가 숭례문을 고적 1호로 만들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비판은 20년 전부터 국보 1호를 뒤흔드는 논거로 자주 거론됐다. 특히 2008년 2월 발생한 숭례문 화재는 또다시 자격론 시비를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긴 시간 지속된 논란 속에서 ‘훈민정음 해례본’은 20년 전부터 숭례문을 대신할 국보 1호로 꼽혀 왔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문화재청장으로 재임하던 2005년 국보 1호를 교체해야 한다는 여론에 동의한다면서 훈민정음 해례본이 후보 1순위라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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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훈민정음 해례본은 사립기관인 간송미술관이 소장하고 있고, 1940년 입수 과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그런데 2008년 경북 상주에서 또 다른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굴되면서 논쟁을 새 국면을 맞았다.

국보 1호 교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해례본의 경우처럼 새로운 문화재가 끊임없이 나오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보 1호를 바꾸면, 보물이나 사적 같은 다른 국가지정문화재의 제1호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물론 관리번호에 불과한 문화재 지정 번호를 놓고 대립하는 것 자체가 비생산적이라는 비판도 있다.

한 문화재위원은 “문화재에 서열을 매길 수 있다는 발상이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면서 “국보든, 보물이든, 지방문화재든 모두 소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다양한 국면으로 진행돼 왔던 ‘국보 1호’ 논란은 국회에서 입법 청원을 받아들이느냐의 여부에 달려있게 됐다. 20년에 이르는 해묵은 논쟁이 종지부를 찍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나은 인턴기자 babyeun@sedaily.com

김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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