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법정관리 논의 때 노조·협력사 포함시키자는 법원

'기업 맞춤형 회생절차' 마련

금융계 주도 워크아웃 대신

법원 주도로 구조조정 의지

조선·해운 업종에 대한 구조조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법원이 모든 이해관계자를 참여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대기업맞춤형’ 회생절차를 마련했다. 또 법정관리로 넘어온 STX조선해양에 대해 “청산은 없다”고 선언하고 채권단의 잘못된 판단으로 4조4,000억원이 쓸모없게 소모됐다며 ‘자율협약’의 맹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법원이 기업 구조조정 전반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이해관계자의 합의를 추구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에서 법원의 의욕이 오히려 기업회생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31일 STX조선해양의 회생절차 개시를 계기로 대기업맞춤형 회생절차 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파산부는 주요 채권단 이외에 담보권자나 주주·근로자·협력업체를 모두 참여시킬 계획이다. 기존 법정관리는 주요 채권자 10인 이내의 채권자협의회 외에는 별도 협의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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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금융당국, 채권금융기관, 근로자 및 협력업체 대표가 참여하는 회의를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열어 회생절차 진행상황을 알리고 회생계획안에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법정관리에 들어온 기업을 회계법인이 실사한 결과 기업을 계속 운영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을 내리면 이를 근로자에게 사전 공개해 임금삭감이나 인원감축을 합의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 주로 산업은행 퇴직임원이 내려가면서 낙하산 논란이 일던 구조조정담당임원(CRO)에 회생기업이 속한 업종 전문가를 선임하기로 했다. 파산부는 당장 다음달 2일부터 이틀간 STX조선해양 본사 조선소와 협력사를 방문하고 대표를 비롯해 노조 관계자와 협력업체 관계자 등을 만날 예정이다.

법원이 구조조정의 주도권을 잡겠다고 나선 것은 최근 금융권 중심으로 이뤄진 구조조정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도 부실을 잡지 못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파산부는 금융위원회가 관여하고 산업은행 등 주요 채권단 75%만 합의해 진행했던 STX조선해양 자율협약을 실패사례로 들었다. 파산부는 “STX조선해양이 조기에 법원 회생절차를 개시했다면 채무조정과 저가 수주계약 해지, 설비감축 등을 통해 자율협약에 투입된 4조4,000억원보다 훨씬 적은 자금으로 회생에 성공했을 것”이라면서 채권단의 잘못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파산부는 동양그룹 계열 5개사와 팬오션·웅진홀딩스 등의 경우 채권단 주의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 없이 곧바로 법정관리에 들어가 현재 정상기업으로 회생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법원 주도의 회생절차로 구조조정 과정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시각이다. /임세원·서민준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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