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7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뷔와 동시에 국내 무대를 평정하며 '괴물'이라 불린 사나이. 김경태(29·신한금융그룹) 이야기다. 2008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 진출한 그는 2010년 3승을 거두며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상금왕에 올랐다. 콧대 높은 일본 골프계의 자존심을 건드린 사건이었다.
김경태가 이번주 5년 만이자 한국인 최초로 개인통산 두 번째 JGTO 상금왕 확정을 노린다. 무대는 19일부터 나흘간 일본 미야자키현 피닉스CC(파71·7,027야드)에서 벌어지는 던롭 피닉스 토너먼트(총상금 2억엔).
김경태는 올해 5승을 쓸어담으며 1억5,753만엔으로 상금랭킹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 이케다 유타(8,876만엔)와는 약 6,877만엔 차. 이번 시즌 JGTO는 던롭 피닉스, 카시오 월드 오픈, 닛폰시리즈 JT컵까지 우승상금이 나란히 4,000만엔씩인 굵직한 대회 3개만을 남겨놓고 있다. 2위와 격차가 큰 편이지만 상금왕 등극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하지만 이번 던롭 대회 우승 한 방이면 이후 2개 대회 성적과 상관없이 상금 레이스를 일찌감치 끝낼 수 있다. 지난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상금퀸을 확정한 이보미(27)에 이어 남녀 동반 상금 1위도 이룰 수 있다.
이번 시즌 김경태의 샷 감각이라면 우승을 기대해볼 만하다. 그는 평균타수(69.58타), 그린 적중률(71%), 라운드당 평균 버디 수(4.18개) 부문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변수는 몸 컨디션. 김경태는 상금왕 경쟁이 한창임에도 지난주 다이헤이요 마스터스 출전을 포기했을 만큼 심한 감기를 앓았다. 11일 한국을 다녀왔지만 인천공항에서 열감지카메라에 고열이 나타나 곧장 병원으로 향해야 했다. 39도까지 올라갔던 열은 내렸지만 이번주 들어서도 기침과 어지럼증으로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18일 미야자키 지역에 내린 폭우로 프로암 이벤트가 중단되면서 김경태는 휴식 시간을 벌었지만 "2011년쯤에도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다 한동안 고생한 기억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 상금왕을 확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몸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승 경쟁자로는 지난해 이 대회에서 우승한 마쓰야마 히데키(23·일본)가 첫손에 꼽힌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를 제패한 일본의 신성 마쓰야마는 JGTO 홈페이지를 통해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지난해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일본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 연속 우승을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태는 19일 오전9시5분 가타야마 신고, 무토 도시노리(이상 일본)와 함께 10번홀에서 1라운드 경기를 시작한다. 마쓰야마는 지난달 프레지던츠컵에서 인터내셔널팀 일원으로 함께 활약했던 뉴질랜드교포 대니 리(25), 미국 PGA 투어에서 통산 5승을 거둔 지미 워커(미국)와 오전9시35분 10번홀에서 출발한다. 올 시즌 우승 기록이 있는 이경훈(24·CJ오쇼핑)과 장익제(42), 김형성(35·현대자동차)도 지켜볼 만하다. /미야자키=박민영기자 mypar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