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리수용 만난 시진핑, 北 도발중단 촉구 동시에 관계개선 시사

'냉정, 자제' 언급하면서 '대화, 소통' 강조

김정은 구두친서도 "북중 전통우호 강화 희망"

북 핵 보유의사 굽히지 않아 본격 관계개선과 김정은 訪中은 어려울듯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 리수용 북한 노동당 정무국 부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 중단을 강력히 촉구하는 동시에 북중관계 개선을 모색하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오후 시 주석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 부원장이 이끄는 북한 대표단과 면담에서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안정을 수호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시 주석이 ‘냉정과 자제’를 언급한 것은 제4차 핵실험과 잇단 미사일 발사 등을 감행한 북한을 향해 ‘도발 중단’을 강한 어조로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과거에도 북한이 도발할 때마다 냉정과 자제를 촉구한 바 있다.

시 주석은 그러면서도 ‘대화와 소통’을 강조, 연초 북한의 잇단 도발로 인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북중관계 개선을 탐색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시 주석은 또 “중국은 북중 우호협력 관계를 고도로 중시한다”면서 “북한과 함께 노력해 북중관계를 수호하고 돈독히 하고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리 부위원장이 이날 시 주석에게 전달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구두친서 역시 “북한은 북중간 전통우호 관계를 강화·발전시키고 한반도 및 동북아 지역의 평화·안정을 수호하는데 중국과 공동으로 노력하기를 희망한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시 주석과 리 부위원장의 면담이 성사됨에 따라 얼어붙은 북중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북핵·북한 문제를 관리할 필요성을 느낀 중국과 제재와 국제적 고립 국면을 탈피하려는 북한이 접점 모색에 나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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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규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은 “중국은 대북제재와 함께 회유를 통한 협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북한과의 대화를 탐색하는 국면에 있다”면서 “김정은이 비핵화와 관련된 어떤 메시지를 보내느냐에 따라 향후 국면 전개의 방향이 달렸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또 “북한이 ‘핵 개발 동결’이라는 카드를 내놓을 경우 이것이 비핵화로 가기 위한 단계인지, 아니면 기존의 핵은 보유하겠다는 것인지가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리 부위원장이 전날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만나 김정은이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밝힌 ‘핵·경제 병진 노선’을 강조하며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점에서 실제로 김정은의 중국 방문이나 6자회담 재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1일 “시 주석이 김정은을 만난다면 북한으로부터 비핵화 약속을 받아내는 등의 성과를 국제사회에 보여야 할 텐데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북한 모란봉악단의 중국 공연 취소, 올해 2월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의 방북 직후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이미 여러 차례 북한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은 중국으로서는 김정은의 방중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외교부 당국자도 “김정은이 방중하려면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거나 중국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거나 둘 중 하나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노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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