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대책없는' 미세먼지 대책…나라 근간마저 뒤흔드나

경유가격 인상? 석탄발전소 폐쇄? 삼겹살집에 저감장치?

뚜렷한 원인 분석 생략한 채 규제부터 내놔

일각선 "증거없이 혐의만으로 죗값 받는 꼴"

과도한 성과주의에 국가 전력대계마저 무시

미세먼지가 자욱한 서울 시내 전경. /서울경DB미세먼지가 자욱한 서울 시내 전경. /서울경DB


“최근 나온 대책들은 증거도 없이 혐의만으로 모두 죗값을 받으라는 격입니다. 수개월을 고민해도 쉽지 않은 해법을 두고 고작 1~2주 만에 설익은 대책을 쏟아내니 나라 근간이 흔들릴 판 아닙니까?”


지난달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 대책을 요구한 뒤 빚어지고 있는 정책 난맥상을 두고 익명을 요구한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가 내린 진단이다. 경유 가격 인상, 노후화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음식점에 미세먼지 저감장치 신설 등 굵직굵직한 정책들이 부처 간 조율 없이 중구난방으로 제시되면서 대책은 산으로 가는 모양새다. 이미 사공은 많아질 대로 많아졌다.

1일에는 정치권이 경유 가격 인상 방안에 반대 입장을 못 박았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정회의를 통해 “미세먼지와 관련해 경유 가격을 올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고 한 데 이어 더 나가 “휘발유 가격을 내리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훈수를 뒀다. 환경부가 밀고 있는 경유 가격 인상 카드에 대한 정치권의 메아리인 셈이지만 정작 뚜렷한 원인 분석을 생략한 졸속 대책에 또 다른 해법이 덧씌워져 혼란과 혼선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높다. 경유 가격 인상안도 경유차가 휘발유차에 비해 미세먼지 발생량이 더 많은 데 반해 가격은 휘발유의 85% 수준에 불과하다는 단순 논리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이 대책이 ‘서민증세’ 논란에 휩싸이자 이번에는 경유 세금 인상 대신 경유에 붙은 환경부담금을 리터당 100원가량 인상하자는 역제안이 등장했다. 두 안 모두 가계의 연료비와 화물·공공운송 업자들에게 부담을 지운다는 몰매를 맞고 있다. 미세먼지 대책의 주무부처라 할 환경부가 면밀한 분석 없이 규제책부터 내놓으면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클린 디젤’이라며 경유차를 장려했음을 떠올리면 블랙코미디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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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석탄발전소 폐쇄는 정부와 국회가 2년여간 공을 들여 만든 ‘제7차 전력수급계획’을 완전히 무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장 미세먼지 발생에서 석탄화력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인지 정확한 통계가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가동을 중단했다가는 전력수급에 문제만 일으킨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를 실행할 경우 석탄 다음으로 싼 액화천연가스(LNG)의 ㎾h당 발전단가(80.3원)가 석탄(34.7원)의 2배가 넘어 전기요금 인상 압력을 받게 된다. 경제가 어려운 판에 산업계 아우성이 클 수밖에 없다. 정작 지난해 7월 발표한 7차 전력수급계획(2015~2029년)에는 석탄(유연탄)발전의 전원 구성비(원자력·석탄·LNG·신재생 등)를 설비 기준 2014년 전체 27%에서 2025년 28.7%로 정점을 찍은 후 줄게 돼 있음을 고려하면 괜한 분란만 키우는 꼴이다.

더욱이 경유차와 화력발전소·음식점이 배출하는 미세먼지에 대한 정의도 불분명하고 통계조차 상이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경유차가 서울 초미세먼지의 25%를 발생시킨다고 평가한 반면 대기환경과학회는 10%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를 냈다. 삼겹살과 고등어 조리방법에 대한 규제 신설은 이번 대책의 희생양이나 다름없다는 요식업계의 볼멘소리도 들린다.

학계의 한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에서 정부부처 간 이견을 조율해야 하는데 부처 간 정책 주도권을 놓고 경쟁만 할 뿐 당장 몇 년 앞도 제대로 못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정권에 대한 실망감만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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