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여행 열풍이다. 걷기여행이 개인적인 건강유지에 최적이자 관광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 이동이 아닌 지역관광으로서의 걷기가 새롭게 발견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전국에는 600여개의 길과 1,200여개의 코스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들을 연결해 ‘K로드(K-Road·가칭)’이라는 브랜드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건강도 지키고 지역도 살리는 전국의 주요 걷기여행길을 살펴보고 K로드 추진방향에 대해 탐구해본다.
◇전국에는 600여길과 1,200개의 코스가 있다
△해파랑길=해파랑길이 오는 4일 강원도 고성 걷기축제를 끝으로 완전 개통된다. 지난달 7일 부산 오륙도 해맞이 공원에서 시작된 걷기축제는 한 달간 이어지며 이날 고성에서 완주를 선언한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시작해 동해안을 따라 강원도 고성까지 770㎞로 이어지는 국내 최장의 걷기길이다. ‘해파랑’이라는 말은 동해의 떠오르는 해와 푸른 바다를 벗 삼아 함께 걷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해파랑길의 특징은 길이 길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길은 마을과 도시로 이어지고 또 다른 길로 연결된다. 해파랑길을 걷는 사람들은 반드시 도시를 지나게 된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지역에 머무르는 시간을 늘려 관광 수요 확대로 이어지게 했다”고 전했다.
△제주올레=국내 최초의 전문 걷기여행길로 지난 2007년 처음 만들어진 제주올레는 ‘걷기여행길’의 전형을 제시했다. 제주도 해안을 따라 시골 길을 걷지만 마을과 마을을 지나게 됨으로써 해당 마을의 인프라를 이용하게 됐다. 이 때문에 음식점이나 호텔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만나는 아기자기한 공예품도 구경하고 구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총 26개 코스 425㎞다. ㈔제주올레 안은주 사무국장은 “걷는 사람에게는 걷기 좋은 길을, 지역민에게는 자부심과 효과를, 자연에는 휴식과 복원보전을 주는 것이 지속 가능한 제주올레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남해바래길= 남해바래길은 또 다른 의미에서 지역관광 자원을 활용한다. ‘바래’는 경상남도 남해군 사람들의 토속어로 옛날 남해 여인들이 가족의 생계를 위해 바다가 열리는 물때에 맞춰 갯벌에 나가 파래나 미역·고둥 등 해산물을 채취하는 작업을 뜻하는데 그때 다니던 길을 ‘바래길’이라고 한다. 총 8개 코스에 120㎞인 바래길은 인위적인 데크시설은 최소화하고 자연 그대로의 생태환경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남해군의 자연자원인 상주은모래비치, 가천다랭이마을, 독일마을 등과 역사자원인 이충무공전몰유허지, 충렬사에 이른다.
◇‘K로드’로 네트워크 한다
김종 문체부 제2차관은 최근 기자에게 “한국의 걷기여행 길 브랜드 ‘K로드’를 만들겠다. 지역관광을 살리는 걷기여행길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07년 제주올레가 시작된 후로 최근 10년간 걷기여행길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현재 걷기 길을 운영하고 있는 정부부처만 해도 문체부를 비롯해 환경부·국토교통부·행정자치부·해양수산부·산림청 등 6개나 된다. 여기에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조성한 길도 적지 않다. 전체적인 중복과잉 투자와 일부 이용되지 않는 낭비에 대한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체부와 관광공사가 2013년부터 전국의 걷기여행길을 조사하고 이를 바탕으로 만든 ‘대한민국 걷기여행길 종합안내 포털(www.koreatrails.or.kr)’에 따르면 전국에는 600여개의 길과 1,200여개의 코스가 있다. 문체부가 이들 전국의 걷기여행길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입법화를 시도한 ‘걷는 길의 조성관리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안’은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되는 수모를 당했다. 이미 ‘보행자 길(행정자치부 소관의 ‘보행안전 및 편의증진에 관한 법률’)‘이라는 개념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걷는 길’의 필요성을 차별화해 인식시키지 못해 빚어진 결과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걷기여행의 ‘지역관광’을 기존 보행이라는 ‘이동’과 구별되는 새로운 개념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이른바 걷기여행길로서의 ‘K로드’는 지역경제와 문화를 살리는 지역관광 차원에서 추진한다는 것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K로드로 전국의 걷기여행길을 잇고 네트워크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해파랑길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글·사진=최수문기자 chsm@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