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에서 가스 폭발사고로 4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에 이어 나흘 만에 또다시 안전사고가 발생해 하청 중심의 산업현장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1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7시27분 남양주시 진전읍 금곡리 주곡2교 인근 지하철 진접선 공사현장이 붕괴돼 서모(52)·김모(50)·정모(60)·윤모(62)씨 등 4명이 숨졌다. 안모(60)씨 등 10명은 남양주 백병원 등 4곳에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 가운데 3명은 중상이며 1명은 위독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사고는 지하철 4호선 서울 당고개역에서 남양주 구간 15㎞를 잇는 진접선 복선전철 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시공사인 포스코건설의 협력업체 직원 17명이 이른 아침부터 지하 15m에서 구조물 설치작업을 벌였다. 주곡2교 아래서 터널을 뚫기 위한 구조물을 설치하기 전에 튀어나온 철근을 절단하기 위해 ‘용단작업’을 시작했고 이때 갑자기 가스 폭발이 발생해 공사장이 붕괴되면서 근로자들이 매몰되고 다쳤다.
공사장 주변에 있던 주민들은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지진같이 집이 흔들리는 느낌을 받았다”고 사고 당시를 전했다. 소방 관계자는 “공사현장에서 용단작업 중 연료로 쓰이는 가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폭발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같이 엄청난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는 가스 작업이 좁은 지하 공간에서 예정돼 있었는데 협력업체 등에 대한 사전점검을 철저히 했는가 등이다. 건설업자 등은 매일 안전점검을 하게 돼 있는데 이를 부실하게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더구나 이곳은 불과 보름 전에 대규모 ‘안전한국’ 훈련이 벌어진 현장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가 ‘인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지하철 공사에서 발생한 가스 폭발사고가 대형 인명피해를 남긴 사례가 있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울러 최근 협력업체 직원이 사망한 ‘구의역 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고’가 큰 사회적 논란을 일으키고 있어 관련 당국의 관리와 업체의 뒤떨어진 안전의식에 대해 거센 질타가 나온다. 지난해 1월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에서 질소가스 누출로 노동자 3명이 숨졌고, 7월 한화케미칼 울산공장에서 폐수처리장 저장조가 폭발해 노동자 6명 모두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이어지는 등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이에 관련, 전문가들은 건설·토목현장에서 감독자 등이 이를 충분히 알고 있지만 이를 지키기 위한 안전 마인드는 아직도 후진국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꼬집었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는 “전형적인 관리 소홀로 벌어진 사고”라면서 “뒤떨어진 안전의식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어 “하청에서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건설·토목공사의 근본적인 구조로 노동자를 위한 안전투자는 늘 뒷전”이라면서 건설현장의 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한편 경찰은 남양주경찰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수사본부를 꾸려 사고 경위를 조사한 뒤 안전조치 위반사항이 있다면 공사 관계자를 형사입건할 계획이다.
/이완기기자 kinge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