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재벌·대기업 체제로 더 이상 성장 어렵다는 유승민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 “재벌·대기업 위주의 체제로는 더 이상 경제성장이 어렵다”며 이와 관련해 “시장경제 자체를 재구축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지난달 31일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특강 자리에서다. 이날 강연은 유 의원이 4월 총선 직전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후의 첫 공개 행보인 만큼 발언 내용에 시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유 의원은 현행 시장경제를 ‘재벌경제’라고 비판하면서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한 운동장으로 만들어주고 친재벌정책을 친시장정책으로 바꿔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의원의 말대로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다. 대기업 중심 체제에는 여러 가지 단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이런 단순한 문제 제기로 지난 수십년간 한국 경제를 발전시켜온 산업구조를 일거에 부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제가 갖는 시대적 요청 또한 돌아보지 않으면 안 된다. “대만은 중국에 완전히 졌는데 한국은 그나마 소수 대기업 때문에 버티고 있다”는 이근 서울대 경제연구소장의 지적에는 뭐라고 반박할 것인가. 반(反)재벌정서를 부채질하는 선동적 발언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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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업지배구조가 옳은가도 쉽사리 일도양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 첨단기업들인 구글·애플·페이스북 등은 오히려 우리나라의 재벌체제로 전환하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나름대로 이점이 크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 의원의 이날 발언에는 어떤 대안도 제시되지 않았다.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체제를 대안으로 여기는 것 같은데 비근한 예로 과연 이들 기업이 스마트폰을 놓고 애플과 치열한 다툼을 벌일 수 있으리라고 여기는지 의심스럽다. 대선주자라는 평가까지 받는 정치인이라면 보통 정치인들보다 좀 더 나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 나라 정계에는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이미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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