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選數·나이' 먼저 따지는 한국 상임위 미국에선 '해당 위원회 경력'만 인정

머나 먼 '상임위 중심 국회'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 회의실 밖은 관계부처 공무원들로 붐비지만(왼쪽) 회의장 안은 현안 관련 새누리당 의원들이 회의에 불참하며(오른쪽)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연합뉴스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회의. 회의실 밖은 관계부처 공무원들로 붐비지만(왼쪽) 회의장 안은 현안 관련 새누리당 의원들이 회의에 불참하며(오른쪽) 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연합뉴스




“국토교통위원회에 들어가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데 워낙 인기 상임위니 초선이 낄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부동산 전문가로 국회에 입성한 한 초선 의원은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 희망 상임위 1순위에 국토위를 적어냈지만 바람대로 될지는 의문이다. 국토위는 지역 예산이 걸려 있어 의원들에게 1순위 상임위로 꼽힌다. 전문가라고 해도 초선이 들어가기 어려운 이유다.


여야 의원 모두 정책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국회를 상임위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상임위가 법안을 오랜 시간 전문적으로 심의하는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실천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국회 상임위는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로 전락했다. 상임위 파행은 빈번하다. 19대 국회에서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세월호 사건으로, 교육문화체육관광위는 국정교과서 논란으로, 기획재정위는 한국투자공사(KIC) 사장 문제로 파행을 거듭했다. 상임위에서 시급히 다룰 민생 현안은 여야 지도부 간 합의로 통과되거나 당론을 앞세워 정쟁의 볼모로 잡힌다. 상임위가 정책보다 정치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이 우리나라 국회의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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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상임위 운영시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한다. 문명학 더불어민주당 정책국장과 이현우 서강대 교수가 발표한 ‘국회 상임위원장 선출에서 다선 원칙의 현실적 의미 분석’이라는 연구논문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상임위원장 선출이나 상임위 배치시 해당 위원회의 경력만 인정한다. 다선의원이라 해도 상임위를 옮기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전문성과 자율성을 강조하는 것이 우리나라 의회와 가장 큰 차이다. 우리나라는 해당 의원의 선수(選數)와 나이가 가장 중요하다. 다선이거나 고령일수록 자신이 원하거나 이른바 알짜 상임위에 배치될 가능성이 크다.

상임위가 특정 법안에 발목 잡히지 않는 것도 우리나라와 선진국의 차이다. 독일의회는 의사규칙 제62조에 ‘위원회의 신속처리 의무’를 규정해 상임위 심의를 고의로 지연시키지 못하게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영국 의회는 시간할당 규칙인 ‘기요틴’을 적용해 법안이 시한 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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