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시청문회법’ 논란 등으로 협치 구도가 일찌감치 무너진 가운데 20대 국회의 원 구성 협상 역시 여야가 극심한 충돌을 빚으며 ‘원색 비난’이 뒤섞인 감정싸움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을 여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법제사법위원장을 과감하게 양보하겠다”며 “대신 여소야대 정신에 맞게 야당이 국회의장을 맡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더민주가 새로운 카드를 제시하면서 협상의 활로가 뚫릴지 기대를 모았으나 새누리당은 이에 대해 “비공개 합의를 파기한 처사”라고 반발하면서 상황이 정반대의 양상으로 전개됐다. 김도읍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기자회견을 자청해 “그동안 협상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지켜왔는데 야당의 허무맹랑한 꼼수를 더는 참을 수 없다”며 “우 원내대표는 국회의장 외에 운영위원장과 정무위원장 자리도 요구한 것은 쏙 빼놓고 법사위를 양보하겠다는 내용만 공개적으로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운영위와 정무위는 야당에 줄 수 없다”며 “앞서 ‘의장 표결 처리’와 관련한 더민주·국민의당의 야합에 대해 야당이 사과하고 정정당당하게 협상한다는 공식 입장이 없으면 신뢰를 갖고 협상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이 ‘선(先) 사과, 후(後) 협상’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오자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이날 오후 5시30분 각각 기자 간담회를 열고 대여(對與) 공세에 나섰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사과를 하든 의사 표명을 하든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할 거 아니냐.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건 독자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청와대 개입설(說)을 제기했다. 박완주 더민주 원내수석부대표도 “이틀 동안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 있는데 기다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며 “7일까지 원 구성을 마치겠다는 뜻은 있는지…”라고 비난했다.
두 야당의 기자회견 소식을 전해들은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법사위 하나 받고 정무위·운영위 다 내주면 122명 의원들 얼굴을 어떻게 보느냐”며 “(자꾸 만나자는 야당의 제안은) 다 언론 플레이다”고 일축했다.
/나윤석·박형윤·전경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