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현대상선 새 해운동맹 가입 여부 '초대형 선박 발주'에 달렸다

대형 '컨선' 등 보유 땐

덩치 작은 디 얼라이언스

경쟁력 개선돼 긍정적

이미 가입한 한진해운도

입지 위축 우려 있지만

결국 합류 동의할 가능성

2일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본사에서 열린 ‘G6’ 해운동맹의 정례회의에 참석한 독일의 하파그로이드, 일본의 MOL과 NYK 등 선사 관계자들이 회의 직후 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호재기자2일 서울 종로구 현대그룹 본사에서 열린 ‘G6’ 해운동맹의 정례회의에 참석한 독일의 하파그로이드, 일본의 MOL과 NYK 등 선사 관계자들이 회의 직후 주차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이호재기자


현대상선 정상화의 마지막 과제인 글로벌 해운동맹 가입의 핵심 변수는 ‘초대형 선박 발주’와 ‘한진해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상선은 채무 재조정과 용선료(배를 빌리는 비용) 인하(조정) 협상을 사실상 마무리 지었으며 내년 4월 출범하는 새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 가입에 성공할 경우 본격적인 경영 정상화 수순을 밟게 된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디 얼라이언스 가입 해운사인 하파그로이드(독일), MOL(일본), NYK(일본), K라인(일본), 양밍(대만) 등으로부터 동맹 가입과 관련해 긍정적인 대답을 이미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더해 비장의 무기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새 동맹 가입에 발맞춰 1만4,000TEU(1TEU는 20피트 길이 컨테이너 1개) 이상 초대형 선박 3~4척을 가입 ‘선물’로 꺼내놓을 예정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채무 재조정 및 용선료 인하 등에 따라 부채비율이 200% 이하로 낮아지면 정부의 선박펀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다”며 “이후 ‘극초대형원유운반선(ULCC)’ 등 대형 선박을 발주해 보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에 앞서 지난해 말 민관 합동으로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만들었으며 부채비율 400% 이하의 조건을 맞춘 해운사의 초대형 선박 발주를 돕겠다는 지원안을 내놓은 바 있다.

0315A02 전체선대현황0315A02 전체선대현황


0315A02 규모별 컨테이너선 선대 현황0315A02 규모별 컨테이너선 선대 현황


현재 디 얼라이언스가 보유한 1만4,000TEU급 선박은 13척에 불과해 기존 해운동맹과 비교해 덩치가 작은 새 동맹 입장에서는 초대형 선박을 확보한 현대상선의 합류를 뿌리치기 어렵다는 게 해운업계의 분석이다. 초대형 선박이 많아지면 같은 연료를 투입하고도 한 번에 더 많은 짐을 실어나를 수 있기 때문에 해운 업체의 경쟁력이 개선된다.


반면 이미 디 얼라이언스에 가입해 상대적으로 느긋했던 한진해운에는 비상이 걸렸다. 정부와 채권단을 중심으로 “해운사를 1곳으로 정리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와중에 현대상선의 새 해운동맹 가입이 마무리되면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한진해운 역시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용선료 인하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미 캐나다 선주사인 시스팬에 석 달치 용선료를 연체한 탓에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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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의 동맹 가입에 반대하고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해운동맹 가입은 선사의 만장일치 동의가 있어야 통과되기 때문에 현대상선이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을 설득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직 공식적인 대화 채널도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동맹에 같은 국적 선사 2곳이 들어가지 못할 이유가 없고 덩치가 커지면 해운동맹 입장에서도 유리하다”며 “정부가 나서 해결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정부의 한 고위당국자는 “독일 하파그로이드와 일본 미쓰이OSK라인(MOL), NYK가 현대상선의 디 얼라이언스 가입에 대해 환영의사를 밝혔고 대만 양밍과 일본 K라인도 조만간 동의할 것으로 안다”며 “한진해운은 아직 말이 없지만 모두에 좋은 방향으로 결정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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