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슐츠 지음, 비지니스북스 펴냄
“나는 미래의 비전을 세우고 그것을 창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구글의 창업자 래리 페이지)
인공지능 알파고로 인해 세상의 관심을 더욱 뜨겁게 받게 된 구글의 사업들을 살펴보면 그의 말은 사실이다. 알파고와 이세돌과의 대국 이후 세계 각국은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구글의 무인자동차 개발을 비웃었던 글로벌 주요 자동차업체들도 무인자동차 개발에 뛰어들었다.
창업한지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우리 삶에 이토록 깊숙이 들어온 기업은 사실상 구글이 유일하다. 우리는 구글과 마주치지 않고는 단 하루도 살 수 없게 됐다. 한 달 평균 100억 개 이상의 질문이 검색창에 입력되고, 지메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이메일 서비스로 자리 잡았으며, 안드로이드는 가장 널리 쓰이는 스마트폰 운영체계가 됐다.
구글은 단순히 최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수익을 창출해 내는 세계적 기업을 넘어 인류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집단이 됐다. 세상을 바꾸겠다고 공언한 구글의 미래는 우리 인류의 미래인 셈이다. 이런 구글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구글이 가지는 영향력을 생각할 때 구글의 정체성 등 심연의 모습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구글의 미래’는 구글의 전략을 구글 관계자 40여 명과의 인터뷰와 5년에 걸친 실리콘밸리 취재 끝에 탄생한 구글의 자화상과도 같은 책이다. 저자 토마스 슐츠는 독일 ‘슈피겔’지 실리콘 밸리 특파원으로 좀처럼 외부에 문을 열지 않는 구글의 내부에 독점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에릭 슈미트 등 구글 관계자와의 인터뷰와 취재 끝에 우리에게 진짜 구글의 모습을 보여준다.
최전선에서 구글을 들여다 본 저자는 구글이 진행 중인 연구와 사업, 전략을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구글은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며 사업 전략을 세우고 있는지, 그 실현을 가능하게 하는 구글의 힘은 무엇인지 설명한다.
저자가 본 구글은 위험 감수 원칙 외에 가차 없는 신속함의 원칙을 추구하고 있는 기업이다. 구글은 자신이 하는 일이 인류의 이익과 지구 문명의 발전을 위해 큰 걸음을 내딛고 일이라고 믿고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그러나 이 책이 구글의 행보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만 내비친 것은 아니다. 기술이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구글의 가치가 인류에게 위험이 될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분명 존재한다. 구글이 전기 시대를 열어 인류 문명의 발전에 기여한 제너럴 일렉트릭과는 달리 19세기에 록펠러가 이룬 무자비한 석유 제국 스탠더드 오일과 다를 바 없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다. 실제 지난 몇 년간 전 세계에서 구글의 반대 세력은 점점 확대돼 왔다.
이에 대해 저자는 판단을 유보한 채 구글이 세상의 흐름에 민감하고 비판 세력과 기꺼이 토론하거나 개방적으로 귀를 기울이려 한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강조한다. 저자에게는 구글이 어떤 기업인지를 보여주는 게 첫 번째 목적인 것이다. 가치 판단을 내리기에 앞서 기본적인 사실을 충분히 전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전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구글의 미래 역시 어느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미래를 이해하려면 구글을 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을 부인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