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윤증현의 쓴소리 "구조조정 밑그림없이 실탄부터 논의…부총리가 안보인다"

[한은 간부 대상 강연]

산업재편 전략 마련 역할

금융위원장이 뒤집어 써

중앙은행 독립성도 침해

한은에도 "원칙 집착말고

고용·성장 적극적 역할을"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한은 간부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한은 간부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작심하고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경제 수장으로서 구조조정의 큰 그림을 그리고 산업 재편을 위한 전략·전술을 마련하는 등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해야 할 유 경제부총리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구조조정의 로드맵도 없는 상황에서 자본확충 문제가 먼저 불거져 중앙은행의 독립성만 침해하고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했다는 지적이다.

윤 전 장관은 3일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공짜 점심은 없다’를 주제로 간부 대상 조찬 강연을 한 뒤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조선업을 어떻게 이끌 것인지, 해운·건설·철강·석유화학의 공급 과잉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 부총리가 조정하고 역할을 해야 하는데 엉뚱하게 금융위원장이 그걸 뒤집어썼다”고 말했다.

그는 “(구조조정) 순서가 잘못됐다”며 “밑그림이 먼저 나오고 그것을 뒷받침하는 실업문제, 필요한 자금조달 방안 마련까지 이어지는 것이 전략·전술의 접근 순서”라고 지적했다. 이런 큰 그림이 생략된 채 한은 발권력을 동원하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게 윤 전 장관의 판단이다.


구조조정과 관련한 중앙은행 역할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드러냈다. 윤 전 장관은 “(구조조정을 이유로) 한국은행의 원칙을 파괴해서는 안 되고 부총리도 중앙은행 고유의 역할과 자존심을 존중해줘야 한다”면서도 “(한은도) 고용이나 성장에 이르기까지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역할을 하는 외국 중앙은행의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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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장관은 제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사회 전체의 ‘거버넌스’를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입식 암기 교육 가지고는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수 없다”며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 대해서는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윤 전 장관은 “우리 역사를 보면 정치가 실종되면서 외침을 초래했고 국내적으로는 갈등과 분열의 도화선이 됐는데 지금이 딱 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윤 전 장관과 한은의 인연은 그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사령탑을 맡았던 지난 2009년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장관 취임 직후 그는 한은을 방문해 강만수 전 장관과 반목이 심했던 당시 이성태 한은 총재를 만난 바 있다. 재정 당국 수장이 한은을 공식 방문한 것은 그때가 1998년 한은법 개정 이후 처음이었다. 윤 전 장관은 이런 남다른 인연이 떠오른 듯 “(전임 경제부처 수장이 한은에서 간부를 대상으로 강연하는 것이) 역사적인 이벤트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정부도 전임 한국은행 총재 중 한 명을 불러서 중앙은행 얘기를 듣는 것이 좋겠다. 이런 게 진짜 소통이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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