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공짜니깐 물 쓰듯이 쓰세요” 정부의 해양심층수 살리기

해양심층수, 무한한 자원이지만 사용 안 해

화장품·의약품 등의 원료로 가치 높아

정부, 관련 산업 활성화해 시장 창출



“해양심층수를 이용해 제품을 만들거나 파는 사람들에게 돈 안 받습니다”


기획재정부와 해양수산부는 지난 30일 이 같은 발표를 했다. 기재부에서 ‘부담금운용심의위원회’를 열어 해양심층수 이용부담금을 5년간 한시적으로 감면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번 결정에 따라 해양심층수를 이용하는 제조·수입·상업용 구입 업자 모두 이용부담금을 5년간 감면받는다. 여기에 해양심층수 개발법 시행령을 통해 ‘공유수면 사용료’와 ‘취수사용료’도 감면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57조3,000억원(10.7%) 증가하며 590조5,000억원까지 빠르게 불어났다. 세수 한 푼이 아쉬운데도 정부는 해양심층수를 이용하는 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해양심층수는 태양광이 도달하지 않는 수심 200m 아래 2℃ 이하의 영양염류가 풍부한 물을 말하는데 유기물과 병원균이 거의 없어 청정 수자원으로 평가받는다. 대만의 식품분야 석학인 천쉐어 박사는 해양심층수가 우리가 이용하는 물 가운데 가장 완벽한 ‘미네랄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이용하면 먹는 물은 물론 화장품과 의약품 등 다양한 제품의 원료로 활용이 가능하다.


사용할 수 있는 해양심층수의 양도 무한대에 가깝다. 동해에 있는 해양심층수는 약 169만㎥로 평균 수심이 1,543m인 동해 해수 전체의 95%를 차지한다. 동해에서 연간 만들어지는 해양심층수만 3조9,700억톤(㎥)에 달한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물 이용량(약 255억㎥)보다 150배나 많다. 하지만 연간 이용되는 해양심층수 취수량은 340만톤으로 전체 생성량의 0.00001%, 말 그대로 ‘한 방울’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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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심층수 취수해역./자료=해양수산부해양심층수 취수해역./자료=해양수산부


정부가 해양심층수에 대한 이용료를 감면하기로 한 이유는 성장 잠재력이 큰 해양심층수 산업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어서다. 정부가 부과한 해양심층수 이용부담금 실적을 보면 2008년 6,700만원에서 2011년 1억100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해 지난해 다시 6,7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2007년 해양심층수법이 제정된 후 먹는 해양심층수 위주로 산업이 형성됐지만, 연관 산업에 대한 투자 부족으로 2011년 이후에는 시장이 정체를 보인 것이다. 특히 연구개발(R&D) 투자와 민간기업 참여가 부족해 산업화에 한계를 맞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와 달리 일본은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건강기능식품과 음료·주류 등이 활성화하며 2010년 기준 국내시장의 300배 규모인 3조원의 시장이 만들어진 상태다. 이 때문에 이용가치가 무한한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산업을 확대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양심층수는 순환과 재생이 되는 자원으로 고갈될 염려가 없다”면서 “정부의 부담금 감면으로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제품이 더 많이 만들어지길 기대한다”고 전했다./세종=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생수제품./자료=해양수산부해양심층수를 이용한 생수제품./자료=해양수산부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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