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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걸음 증시·구조조정 한파에...'부진의 늪' 빠진 스팩시장

올들어 신규상장 단 3곳에

변경상장 기업도 2곳 불과

두달새 2곳은 합병 취소도

수요대비 스팩 공급과잉에

합병사 고평가 논란도 악재



안정성과 고수익으로 저금리 시대의 투자 대안으로 떠올랐던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시장이 부진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증시 부진과 기업 구조조정의 본격화로 스팩이 제대로 된 합병 대상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45곳에 달했던 스팩 신규 상장 건수는 5월 말 현재 단 3곳에 그쳤다. 스팩으로 상장 후 상호를 바꿔 변경 상장한 기업도 지난해 13곳에 달했지만 올해는 2곳에 불과하다. 합병 후 상장이 취소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지난 4월 화학제품 제조업체 라파스와 합병을 진행 중이던 NH스팩8호가 회사 내부사정을 이유로 상장심사를 철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동부4호스팩이 드라마 제작사 크리에이티브리더스와의 합병을 취소했다. 불과 두 달 사이에 스팩 2곳이 잇따라 합병계획을 취소한 것은 스팩 도입 이후 처음이다. 동부4호스팩은 합병 무산으로 급락하며 2,000원 밑으로 주저앉았다.

이처럼 지난해 신규 상장과 합병 성사 모두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던 스팩 시장이 올 들어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은 최근의 경기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류용석 현대증권(003450) 시장전략팀장은 “스팩은 철저히 수요와 공급의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이라며 “연초 이후 지지부진한 증시 상황과 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금융시장이 빠르게 얼어붙다 보니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을 계획하던 기업의 입장에서는 제대로 가격 평가를 받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며 합병 시기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팩 시장의 수급이 깨진 것도 시장 부진의 이유다. 스팩과의 합병을 원하는 기업에 비해 지나치게 스팩 숫자가 많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상장된 스팩 78개 중 70%에 가까운 53개는 여전히 합병 대상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청약에 나선 KB스팩9호와 동부스팩4호, 하나금융스팩7호 등은 청약 미달 사태를 겪기도 했다. 시장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초과하고 있는 셈이다. 김형렬 교보증권(030610) 투자전략팀장은 “스팩을 통해 자금 여력이 부족한 기업들에 증시 입성의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은 좋지만 거래대금과 투자자금이 크게 늘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스팩 공급만 늘려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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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 합병의 대상이 되는 기업들의 고평가 논란도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지난해 9월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한 바디텍메드의 경우 합병 기대감으로 8,000원까지 근접했던 주가가 합병 상장 이후 고평가 논란에 2,000원대로 추락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합병을 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제값을 받기 어렵고 스팩 입장에서도 고평가 논란을 의식해 합병비율 산정에 보수적으로 나서면서 스팩 합병도 위축되는 분위기”라며 “당분간 스팩 합병 시장의 소강상태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팩은 비상장 우량기업을 인수합병(M&A)하기 위해 설립된 서류상 회사로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상장한 뒤 비상장 기업을 3년 안에 합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스팩 상장 이후 M&A 기대감에 따른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것은 물론 우량기업과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도 있다. 설령 합병 실패로 스팩이 해산되더라도 투자자의 원금과 이자가 보장되기 때문에 일반 주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것이 장점이다.

김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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